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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신형 게임기 쇼크까지… 용산게임상가 연말 특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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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신형 게임기 쇼크까지… 용산게임상가 연말 특수 실종

입력
2020.12.09 07: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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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인 신형 게임기가 구형 게임 판매도 가로 막아
매출 반토막난 게임상점들, 언제 나아질 지 막막

서울 용산전자가상가는 양재동 국제전자상가와 더불어 국내 게임판매의 메카다. 한때 이 곳에는 용산역사, 전자랜드, 선인상가, 나진상가 등에 200여곳이 넘는 게임상점들이 몰려 가정용 게임기(콘솔)와 콘솔용 게임 및 컴퓨터(PC) 게임을 팔았다. 12월이면 수능을 끝내고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해방감에 이 곳을 찾아 게임을 샀고, 부모들은 성탄절과 졸업,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선물로 줄 콘솔을 구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인들에 따르면 인터넷 판매의 여파 때문에 50여곳으로 줄어들었다. 게임기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게임을 내려 받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게임을 구입을 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축소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게임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상인들은 이 곳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선인상가 맞은편에서 10년 이상 게임 판매를 한 배 모(여)씨는 “게임기 이용자들은 기기와 게임을 중고로 되팔 수 있어서 새 게임을 구입할 때 되팔며 할인을 받는 사람들이 이 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나진상가, 선인상가, 전자월드 등으로 구성된 용산전자상가 전경. 국내 게임판매의 메카인 이 곳의 일부 게임상점들은 코로나19와 차세대 게임기 출시 쇼크로 매출이 반토막났다. 최흥수기자

전자랜드, 나진상가, 선인상가, 전자월드 등으로 구성된 용산전자상가 전경. 국내 게임판매의 메카인 이 곳의 일부 게임상점들은 코로나19와 차세대 게임기 출시 쇼크로 매출이 반토막났다. 최흥수기자

그런데 최근 연말 특수가 실종된 용산의 게임상점들은 거꾸로 두 가지 한파를 맞았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차세대 게임기 쇼크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지난달 10일과 12일에 전세계 출시한 신형 게임기 ‘엑스박스엑스’(XBX)와 ‘플레이스테이션(PS)5’는 상인들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19와 함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게임 이용자들이 늘었지만 정작 오프라인 게임상점들의 현실은 달랐다.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수능이 끝난 첫 주말인 지난 5일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마침 이날은 인기 축구게임 ‘피파21’이 나온 다음날이었다. 그러나 게임상가는 의외로 한산했다. 아예 손님이 없는 상점도 많았다. 20년째 이 곳에서 게임상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어든데다 차세대 게임기 출시가 거꾸로 매출을 끌어내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인들은 텅 빈 상가 사진을 찍는 것조차 짜증이 난다는 듯 동의하지 않았다.

원래 신형 게임기가 나오면 게임 판매에 불이 붙어야 정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목소리였다. 가장 큰 이유는 차세대 게임기의 공급 부족이다. MS와 소니에서 충분히 차세대 게임기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한 달이 넘도록 물량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 예약 주문을 하면 다음달에나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부품 수급과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이에 대해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MS의 XBX를 클라우드 게임서비스와 함께 판매하는 SK텔레콤도 “언제 물량 부족이 해소될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PS5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인터넷으로만 예약 판매를 하면서 게임상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게임총판점 직원 강 모씨는 “PS5를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과거에도 온라인에서 우선 판매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상점에 언제 공급할 지 일정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게임기 부족 사태로 새 제품을 비싸게 되파는 사람들만 이익을 보고 있다. 인터넷의 중고매매 사이트에서는 59만8,000원과 62만8,000원이 정가인 XBX와 PS5 가격이 100만원 이상까지 치솟았다.

그 바람에 신형 게임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구형 게임 구입마저 꺼린다는 것이 상인들의 이야기였다. 게임상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차세대 게임기 부족 사태가 엉뚱한 사람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새 게임기가 구형 게임 판매까지 가로막아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침 찾아온 손님도 이것저것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갔다.

결국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게임상점들은 일손을 줄이고 있다. 12년째 게임상점을 운영하는 김 모(여)씨는 원래 주말에는 직원에게 상점을 맡겼으나 요즘은 직접 나오고 있다. 그는 “직원이 한 명 더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줄어 내보냈다”며 “같은 이유로 점주 혼자 일하는 상점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신형 게임기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언제 신형 게임기의 공급 부족이 풀릴지 알 수 없어 이용자와 상인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SIEK 관계자는 “오프라인 판매는 코로나19가 진정돼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XBX 판매 관계자도 “연말까지 물량 부족이 계속될 것 같다”며 “언제 나아질 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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