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행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하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언론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투를 진두지휘할 사령탑 자리에 보건 의료 전문가가 아닌 법률가를 인선했기 때문이다. 앞서 경제팀, 외교안보팀, 대변인팀 등에는 해당 분야에서 오랫 동안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을 지명한 것과도 대조된다.
베세라 내정자는 스탠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2017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일해 왔다. 주로 형사법과 이민ㆍ조세정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때문에 일찌감치 바이든 행정부 법무장관 유력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6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4일, 또는 주말 사이에 베세라에게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제안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아주 근거 없는 인사는 아니다. 베세라 내정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내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환경, 보건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동료들과 힘을 합쳐 연방정부를 100회 이상 고소했다. 특히 ‘오바마 케어’라 불린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을 유지하려는 여러 주의 법정 싸움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 이슈에서는 공화당이 집권한 다른 주 법무장관과들과도 협력했다. 치료제 렘데시비르 사용 확대를 비롯해 각종 코로나19 치료법에 대한 법적 승인 등을 책임졌다. 하원의원 시절에는 연방 의료 프로그램을 관할하는 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미국 정부에서 가장 큰 부서 중 하나로, 산하에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보건원 등을 두고 있다. 베세라 내정자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권위가 손상된 보건복지부를 재건하고, 코로나19 방역 지침부터 백신 및 치료제 승인ㆍ유통, 향후 미국 보건복지분야 정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인선을 두고 히스패닉계를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세라 내정자는 어머니가 멕시코 이민자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 내각 인선에서 히스패닉계 출신이 부족하다는 의회 내 히스패닉 코커스의 불만을 달래는 차원의 인사로 해석했다.
히스패닉 코커스 의장인 호아킨 카스트로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베세라 내정자는 오바마 케어를 공격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싸운 헌신적인 공무원으로, 모든 미국인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히스패닉 코커스는 이 역사적인 지명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 고위 보좌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보건 의료 정책에 관한 베세라 장관의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검증하겠다며 맹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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