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리프트는 안 돼" 프랑스 '몽니'로 유럽 갈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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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리프트는 안 돼" 프랑스 '몽니'로 유럽 갈라지나

입력
2020.12.07 07:30
수정
2020.12.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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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스키장 폐쇄' 선언한 프랑스·독일
스키장 문 여는 인접 나라들에 "스키장 닫아라" 요구
오스트리아·스위스 '우리가 왜' 반발…EU는 '나몰라라'

2일 프랑스 부르생모리스에서 주민들이 성탄절 휴가 기간 알프스 스키 리조트의 재개장을 요구하며 상심의 의미로 반으로 갈라진 심장이 그려진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부르생모리스=AF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동안 스키장은 개장합니다. 하지만 리프트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가 정기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이 같은 논란의 발언에 인접국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웃지만 프랑스와 독일 국민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스텍스 총리는 이날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산이 제공하는 깨끗한 공기를 즐기러 (스키) 리조트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며 "리조트 내 상점은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식당과 술집은 문을 열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리프트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스키를 탈 수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사실상 스키장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총리의 말에 로랑 보키에 프랑스 공화당 대표를 비롯한 13명의 의원들은 펄쩍 뛰었다. 그리고 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앞으로 "12만개의 일자리와 9억유로(약 1조1,816억원)의 수입이 사라지게 됐다. 리프트의 (운영) 재개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인접 나라들은 이번 겨울 시즌 동안 스키장 영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방송 아르테는 4일 프랑스의 한 스키장 경영자인 마티유 데카반을 인용해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경쟁자들은 스키장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EU)을 이끌고 있는 인접국 독일도 스키장 폐쇄를 선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6일 연방하원 연설에서 "유럽의 모든 스키 리조트를 폐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EU 차원에서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폐쇄 상태인 이탈리아의 스키장은 다음달 7일부터 개장할 수 있다.

'관광객 빼앗길 수 없어' 프랑스·독일 "폐쇄 동참 요구"

2018년 2월 27일 오스트리아 동티롤의 호헤타우에른산맥에서 사람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다. 동티롤=EPA 연합뉴스

사실상 겨울 시즌 동안 스키장을 폐쇄한 프랑스와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6일 "우리는 스키장의 폐쇄와 관련해 공통된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원국 간 자유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으로 국경 빗장이 사실상 열려 있는 유럽은 여러 나라를 오가며 스키를 타는 애호가들의 '성지'다. 문 닫는 자국 스키장을 대신해 다른 나라 스키장으로 가는 관광객들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은 인접국들 또한 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이 스키장과 관련해 공통된 입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유럽 전문 매체 유럽1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그들의 관광을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이다.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스키 관광은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며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스키장 운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의 알랭 베르세 보건장관은 “EU 방침과 무관하게 스위스에선 일정한 방역 조치 하에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아르테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독일처럼 '유럽이 모두 스키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지만 EU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며 "타협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EU 측은 "각 나라들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올해 3월 1차 코로나19 확산기 당시 오스트리아 티롤주(州)의 한 스키 리조트에서1만6,000여명이 감염됐고, 이곳에 있던 관광객들이 귀국하면서 독일을 비롯한 수십 나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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