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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온다고? 비뇨기암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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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온다고? 비뇨기암 적신호

입력
2020.12.08 04:30
수정
2020.12.08 10:4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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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내시경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오줌에 피가 섞여 나와도 통증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데, 방광암 등 비뇨기암의 증상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줌에 피가 섞여 나와도 통증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데, 방광암 등 비뇨기암의 증상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60대 초반 남성인 A씨는 20년간 흡연을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건강 관리는 잘해와 건강검진과 지인들 문병 외에는 병원을 찾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소변이 몇 차례 빨갛게 나왔다. 아프지도 않았고, 별다른 증상도 없었다. 그러다가 말겠지 하며 지내다 또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육안적 혈뇨’라는 진단을 받았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대부분 통증도 없고 재발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 대부분 무시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혈뇨(血尿)는 방광암을 비롯해 전립선암ㆍ콩팥암ㆍ신우요관암 등 거의 모든 비뇨기암 증상일 수 있기에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아직 진단되지 않은 원인 불명의 혈뇨로 진찰을 받은 환자가 2015년 19만1,260명에서 2019년 25만6,222명으로 최근 5년 새 34% 증가했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혈뇨는 통증이 생기는 혈뇨보다 아프지 않은 혈뇨가 더 위험할 수 있다”며 “혈뇨를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질 때가 많다고 해서 질병 위험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혈뇨가 생기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가 생겨도 36.5% 정도가 방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가 생겨도 36.5% 정도가 방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혈뇨 생겨도 36.5%가 방치

혈뇨는 의학적으로는 정상보다 많은 양의 적혈구가 소변에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붉은 소변이 육안으로 관찰되는 ‘육안적 혈뇨’와 눈으로는 소변 색깔이 정상적이지만 현미경 검사에서 적혈구가 다수 관찰되는 ‘현미경적 혈뇨’로 나뉜다.

특히 아프지 않은 육안적 혈뇨는 방광암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혈뇨 색깔은 콜라 색깔에서 선홍색까지 다양하다. 눈으로는 알 수 없는 현미경적 혈뇨는 건강검진이나 우연히 시행한 소변검사에서 발견될 때가 많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한두 번의 혈뇨를 방치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비뇨의학회가 지난해 서울ㆍ경기ㆍ인천ㆍ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에 거주하는 50~74세 남녀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5%가 혈뇨를 경험했지만 이 중 58.1%만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36.5%는 증상을 방치했다. 또한 혈뇨가 방광암ㆍ신우요관암 등 대표적인 비뇨기암 증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25.6%에 불과했다.

박관진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비뇨의학회 홍보이사)는 “혈뇨가 모두 비뇨기암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비뇨기계 질환일 가능성이 높기에 방치하면 안 된다”며 “특히 40세 이상에서 혈뇨가 생기면 비뇨기암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혈뇨의 또 다른 원인으로 요로감염이나 요로결석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은 혈뇨와 함께 측복통ㆍ배뇨통ㆍ빈뇨 등 요로계 증상을 동반할 때가 많다.

혈뇨 발생 나이에 따라 원인이 다를 수 있다. 40세 미만에서는 요로결석ㆍ요로감염ㆍ비뇨기 외상 등으로 생길 가능성이 높다. 40세 이상에서는 비뇨기종양 때문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40세 이상에서 비뇨기종양에 의한 혈뇨 비율을 30% 이상이었다. 이 밖에 전립선비대증이나 그 합병증으로 혈뇨가 생기기도 한다.

박관진 교수는 “혈뇨가 나타났을 때 ‘며칠 쉬다 보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할 때가 많다”며 “중ㆍ장ㆍ노년층에서 혈뇨는 비뇨기암과 관련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혈뇨가 있으면 반드시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변ㆍ방광내시경 검사 필요

혈뇨 여부를 알려면 소변검사가 기본이다. 요로 감염이 의심되면 소변검사와 함께 요배양 검사를 시행한다. 이 밖에 혈뇨가 있으면 원인 질환을 알아내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초음파검사, 경정맥 요로 조영술(정맥에 조영제 주사를 한 뒤 소변 배출 시간에 신우부터 요로까지 X선을 순차적으로 촬영해 소변의 이상 유무를 검사) 등을 시행한다.

혈뇨가 있으면 방광내시경 검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 검사는 방광과 요도의 질환 발생 유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방광암 진단에 매우 유용하다. 방광 종양 크기가 작더라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면 요세포 검사 및 조직 생검이 가능하기에 방광암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방광내시경 검사는 단단한 금속 재질인 ‘경성 방광내시경’으로 시행했다.

이 때문에 요도가 긴 남성은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를 할 때 상당히 아프고 검사 후에도 불편할 때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제대로 검사를 받지 않아 병을 키울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유연하게 휘는 재질의 ‘연성 방광내시경’을 사용하기에 검사할 때 통증과 검사 후 불편감이 대폭 줄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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