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영국의 화이자 백신 승인은 성급했다" 비판
영국 "최단 기간 내 가능한 꼼꼼히 평가" 반박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총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영국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승인은 성급했다"고 비판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파우치 소장은 3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과학계와 보건당국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며 "영국의 결정 역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과정은 영국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그뿐이다. 두 나라 승인 과정 중 뭐가 더 낫지도 나쁘지도 않고 단지 다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은 미국 방식과 영국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훌륭하다고 평가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앞서 파우치 소장은 전날 폭스뉴스에 "영국은 미국의 보건당국만큼 조심스럽게 백신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날 CBS방송에는 "영국 의약·보건품 규제청(MHRA)은 마라톤 코너를 도는 와중에 마지막 1마일(약 1.61㎞) 구간에 끼어들었다"면서 "영국은 (백신) 승인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우치는 "미국이 빠르지만 부적절한 방식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어 백신 승인 시기를 1주일 정도 앞당긴다면 백신 승인 과정의 신뢰성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파우치 소장의 발언에 MHRA는 발끈했다. MHRA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화이자의 데이터를 가능한 최단 시간 내에 꼼꼼히 평가했다"며 "검토에 필요한 시간을 압축하기 위해 몇몇 단계가 동시에 진행됐지만 이것이 절차 및 안전·품질·효율 기준이 무시됐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BBC도 "영국이 백신 승인을 성급하게 했다"는 파우치 소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방송은 "백신 제조업체의 자체 보고서에 의존하는 영국 MHRA과 달리 미국 FDA는 업체 측에 기초 데이터를 요구, 자체 분석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고 지적했다. 자체 분석에 시간을 더 들이는 미국이 백신을 승인하는 데 영국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또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백신 후보를 승인하라고 압박했지만 미국보건 당국자들은 이것이 정치화될까 우려하며 뒤로 미룬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미국의 내부 사정으로 백신 승인이 늦어진 것이지, 영국이 성급하게 서두른 것이 아니라고 꼬집은 셈이다.
영국의 화이자 백신 승인에 대해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비되는 침착한 모습으로 대응해왔던 파우치 소장이 다소 성급하게 발언했다는 점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옌스 스판 독일 보건장관도 2일 "(영국의 백신 승인은) 유럽연합(EU)에도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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