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보다 백신에 더 쉽게 면역 생겨
전염 차단ㆍ집단면역 기여 ‘일석이조’
우선순위가 성인용에 밀려 지지부진한 아동ㆍ청소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촉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다.
어린이ㆍ청소년 대상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은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이미 상용화가 임박한 성인용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제약사 모더나는 이날 미 국립보건원(NHI) 임상 시험 등록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ClinicalTrials.gov)에 12~17세 아동ㆍ청소년 3,000명을 대상으로 4주간 임상 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는 임상 시험에 참여한 아동ㆍ청소년 절반에게 2주 간격으로 실제 백신을 접종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위약을 투여해 효과를 비교ㆍ분석할 예정이다.
문제는 아직 임상 시험 참가자 모집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이다. 모더나 대변인은 “임상 시험 장소는 물론 언제부터 자원자를 받을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갈 길이 먼 건 앞서 9월 12~16세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에 착수한 화이자도 마찬가지다. NYT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백신을 승인하면 요양원 환자 등 고위험군 성인의 경우 이르면 이달 중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어린이는 그렇지 않다”며 아동용 백신은 별도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18세 미만 아동ㆍ청소년이 백신을 맞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전망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달 29일 출연한 NBC 방송에서 “아이들에게 백신을 주입하려면 정상 성인 수준의 입증된 효능 및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보다 활발한 면역 체계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발열이나 근육ㆍ관절통, 피로 등 백신 접종 부작용은 어른보다 아이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윌리엄 섀프너 밴더빌트 의대 감염병학 교수는 NYT에 “아동은 성인에 비해 부작용 기간이 1, 2일 더 길 수 있다”며 “첫 번째 코로나 백신 접종 때 아이가 극심한 부작용을 보일 경우 부모가 두 번째 접종을 꺼리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느긋하게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단 아동ㆍ청소년 역시 성인만큼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지난해 인구조사국 추산에 따르면 18세 미만이 미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가 넘는다. 이들을 방치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릴수록 백신 접종 효과가 좋다는 것도 아동ㆍ청소년 대상 면역 개발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캘리포니아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 소속 바이러스 학자 코엔 반 롬페이 박사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노령층보다 아이들이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더 강한 경향이 있는데 이게 집단 면역에 기여한다”며 “면역이 생긴 아이들이 더 이상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다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얻을 수 있는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 WP에 따르면 샐리 고자 미국소아과학회장은 9월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및 스티븐 한 FDA 국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코로나19는 학교나 놀이터에서 친구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 아이들에게 교육적ㆍ사회적ㆍ심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 아동헬스케어 병원 소아과 의사 에반 앤더슨은 같은 달 임상 전염병 저널에 투고한 글을 통해 “아이들에게 백신을 조기 접종하면 원격 학습에서 발생하는 교육 불평등이 해소되는 데다 부모가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가정의 경제적 회복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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