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여성도 아닌' 논바이너리
미국선 주 정부·항공사 등 성별 비식별 표기 허용
영화 '인셉션'과 '엑스맨' 시리즈 등에 출연했고, 영화 ‘주노’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여성 배우는 이제 여성이 아니다. 이전까지 엘런 페이지로 알려졌던 이 캐나다 출신 배우는 이름을 엘리엇 페이지로 소개하면서 스스로를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로 재정의했다.
‘They’가 3인칭 단수로도 쓰이는 이유, 논바이너리
페이지는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내가 트랜스(젠더)이고, 나를 가리키는 대명사는 he/they이며, 내 이름은 엘리엇”이라고 밝혔다. 영어권 언론은 페이지가 원하는 대로 그를 he 혹은 they로 칭하고 있다.
3인칭 대명사 They는 본래 ‘3인칭 복수’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성을 특정하지 않은 3인칭 단수 표현으로도 쓰이고 있다. They를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페이지가 스스로를 트랜스젠더이자 동시에 ‘논바이너리’로 보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논바이너리(non-binary)’란 개념은 성별이 이분돼 있지 않다고 인식하는 모든 정체성을 통틀어 이르는 표현이다. 젠더퀴어(gender queer)라는 표현으로도 부르지만, 젠더퀴어는 성별 이분법을 거부하는 정치적 운동을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논바이너리의 범주 안에는 △두 성별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거나 △두 성 중 아무 쪽도 아니거나 △성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체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트랜스젠더 3분의 1은 논바이너리”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트랜스젠더는 일반적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혹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 정체성을 전환한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통한다. 성전환 수술 이후 법원의 성별 정정 판정을 받았으나 군에서는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가 이런 경우다.
하지만 미국의 사회단체인 트랜스젠더평등센터(NCTE)의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스스로를 논바이너리로 인식한다. 페이지와 같은 사례도 드물지는 않다는 것이다. NCTE는 "만약 트랜스젠더가 바이너리 내의 특정 성별로 대우받기를 원한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그 외의 성별로 불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원하는대로 불려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일부 주 정부와 유나이티드?아메리칸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논바이너리가 자신의 성별을 남성과 여성이 아닌 다른 것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부와 기업에서 논바이너리는 아직 생소한 존재일 뿐이다.
NCTE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트랜스젠더 다수가 어느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성별 표현과 본인의 정체성, 외양 등이 일치하지 않아 괴롭힘이나 폭행, 고객 서비스 거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논바이너리’를 자칭한 유명인들
페이지 이전에도 논바이너리, 젠더퀴어, 젠더플루이드(스스로 성별이 때때로 바뀐다고 인식함) 등으로 스스로를 생각한다고 밝힌 유명인은 여럿있다. 미국 배우 아시아 케이트 딜런은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빌리언스' 등에 출연했다. 그가 연기하는 ‘빌리언스’의 금융 분석가 테일러 메이슨은 북미 TV 드라마 사상 최초의 논바이너리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 위드 미' '아임 낫 디 온리 원' 등의 노래로 유명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10세 때 스스로를 게이로 정의했지만 2019년 논바이너리로 다시 커밍아웃하면서 스스로를 'They'로 지칭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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