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차별 다룬 日나이키 광고에… 한쪽에선 "훌륭" 한쪽에선 "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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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차별 다룬 日나이키 광고에… 한쪽에선 "훌륭" 한쪽에선 "악질"

입력
2020.12.02 12:30
수정
2020.12.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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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일본 광고서 인종·?민족차별 문제 다뤄
日누리꾼들 "일본 깎아내리려는 저질 광고" 발끈

나이키가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올린 일본 광고 영상. 광고에 등장하는 한 여성이 치마 저고리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해당 광고에는 재일조선중급학교에 다니는 재일 조선인이 출연했다. 나이키 유튜브 캡처

나이키의 재일(在日)조선인 차별 문제를 다룬 일본 광고 영상이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종·민족 차별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로, 일부에선 찬사를 쏟아내는 반면, 일부는 '일본을 차별을 일삼는 나라'로 매도했다고 비판한다. 한쪽에선 '나이키 제품을 사지 않겠다'며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학교 내 차별을 소재로 한 약 2분짜리 광고 영상을 올렸다. 이 광고에는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당하는 10대 소녀 축구선수 3명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일본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에 있는 재일조선중급학교에 다니며 북한 국가대표를 꿈꾸는 학생이다. 광고에선 일본 학교에 다니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 학생은 스마트폰으로 '현대의 자이니치(재일교포) 문제를 고찰한다'란 제목의 칼럼을 읽는다. 또 일본 남성들이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채 동생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 학생을 쳐다보는 장면도 나온다. 이 학생은 광고 막바지에 야마모토(YAMAMOTO)란 일본식 성이 적혀 있는 운동복 뒤에 더 큰 글씨로 '김(KIM)'이라고 덧댄 뒤 걸어간다.

일본에선 실제 조선학교가 고교 무상화 교육 대상에서 제외돼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4월 고교 무상교육 제도를 도입하면서 조선학교와 같은 외국인 학교도 요건을 충족하면 무상교육 대상에 포함했다. 조선학교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왔지만,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북일 관계를 이유로 조선학교를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조선학교 졸업생들은 일본 정부가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법원들은 정부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나이키 "선수들의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광고"

재일조선인 학생 차별 문제 다룬 나이키 광고화면. 연합뉴스

이 광고에는 흑인 혼혈 학생과 일본인 학생도 등장한다. 혼혈 학생이 '미국인이냐 일본인이냐'며 자신을 조롱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재일조선인 학생을 포함해 모두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만 축구 경기를 하며 스스로 이를 이겨낸다는 설정이다.

학생들은 영상 초반 '나는 누구인가',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닌가'라며 내레이션을 한다. 그러나 영상 막바지에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하지만 언제까지 그걸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일어난다.

나이키는 해당 광고에 대해 "선수들의 실제 체험담을 근거로 만든 스토리"라며 "3명의 축구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일상의 고뇌와 갈등을 뛰어넘어 자신들의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 광고는 공개 닷새 만에 조회수 950만건을 넘어섰다. 많은 누리꾼들은 "훌륭한 광고"라며 치켜세웠다. 누리꾼들은 "광고를 보고 울었다. 모든 학생을 응원한다"(p**), "일본인들은 이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s******), "자신에게 불리한 걸 숨기고 알려지면 이를 비난하면 안 된다. 진실을 보자"(b*****)는 반응을 보였다.

분장사 카즈 히로 美아카데미 시상식 발언도 등장

나이키가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올린 일본 광고 영상. 광고에는 흑인 혼혈 학생이 등장하는데, 이 학생은 '그녀는 미국인인가, 일본인인가'란 커뮤니티 댓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나이키 유튜브 캡처

나이키 광고 논란으로 일본 출신 미국인인 카즈 히로씨의 발언도 등장했다. 카즈 히로씨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수상한 특수분장사로, 시상식 때 일본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카즈 히로씨는 영화 '밤쉘'로 두 번째 분장상을 받았다. 앞서 2018년에는 '다키스트아워'로 생애 첫 분장상을 수상했다.

그는 앞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됐다"며 "일본에선 꿈을 이루는 게 어려웠고 그곳의 문화가 싫어 미국에 왔다"고 말했다. 카즈 히로씨는 지난해 3월 일본 국적을 버리고 미국으로 귀화했다. 이름도 카즈히로 츠지에서 카즈 히로로 바꿨다. 한 누리꾼은 카즈 히로씨의 이 발언을 댓글로 달며 광고에 대한 공감을 나타냈다.

일부 누리꾼 "나이키 안 산다", "북한으로 돌아가라"

나이키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상당수는 "일본을 깎아내리는 광고", "일본인에 대해 차별주의자란 프레임을 씌우려는 광고"라고 비판했다. 일부는 나이키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반응했다. 누리꾼들은 "이런 악질의 광고를 만들다니. 나이키는 두 번 다시 사지 않겠다"(o*******), "나이키 매장은 앞으로 가지 않겠다"(3******), "나이키는 이제 안 입는다"(b***)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재일조선인을 혐오하는 표현까지 쓰며 반발했다. "일본인은 외국인에게 엄격하니 조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냐"(o******), "북한을 위한 광고니 북한에서 방송하면 되겠다"(a*******)고 반응했다. 한 누리꾼은 "이 광고를 제작한 제작사에 조선학교 출신이 다닌다"는 주장까지 했다.

한때 이 영상에 대한 호감도를 표시하는 '좋아요' 수는 '싫어요' 수의 절반 정도였다. 그러나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한 2일 오전 기준으로 좋아요는 4만8,000건, 싫어요는 3만건으로 집계됐다. 역전이 된 셈이다.

이번 나이키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해당 유튜브 페이지에는 한국인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수많은 댓글을 달았다. 인기 댓글 순으로 상위에 올라온 내용은 대부분 한글로 적힌 댓글이다.

누리꾼들은 "본인들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은데 나이키가 이걸 광고로 내니 짜증이 나냐"(테**), "비난이 아닌 비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미성숙한 것이다. 왜곡을 그만두고 현실을 직시해라"(r***), "사실을 마주하는 게 두려운 거냐"(이**), "대부분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지만,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이지메 문화를 부정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m*)고 일갈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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