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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0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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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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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 덧셈, 덧신과 덧버선, 덧문과 덧창 등에서 ‘더’는 무언가의 위에 계속 보태는 것이다. 사실 ‘더’는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려는 말 중 하나다. 비록 서툴게 말하더라도 ‘아주머니, 밥 좀 더 주세요.’ ‘반찬 좀 더 주세요.’ 하면, 우리네 어머님들은 유학 보낸 아들딸인 듯 처음보다 더 많이 얹어 주신다.

‘더’에서 나온 ‘덤’은 바로 한국 사회의 ‘덤문화’를 말해 준다. 덤이란 제 값어치 외에 조금 더 얹어 주는 것인데, ‘덤’ 하면 꽁치 한 마리, 귤 두 개가 더 담긴 봉투와, 그것을 들고 나오는 누군가가 ‘또 올게요’라고 하는 말이 잡히는 듯하다. 덤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외국 시장에 나간 한국인이 간혹 허전하다 한다. 과일가게 주인이 개수대로 세어 주는 물건을 받고서, 그 어떤 손해를 보지 않았음에도 고맙다는 기분이 안 드는 것이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는 계산법이니 내 마음도 여기에 남길 의무감이 없어서일까?

덤은 늘 ‘준다’ 또는 덤으로 ‘더 얻는다’는 말과 함께 쓰인다. 덤문화가 있어서 살 만하다는 사람도 있는 한편, 그 이면에는 덤문화로 인해 속이 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랑이 결과로 얻는 덤 말고, 주인이 내주는 덤일 때 그곳의 분위기는 훈훈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거 덤이에요’는 ‘이것은 서비스입니다’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말로만 보면 사은품, 보너스, 증정품 등과 결과적으로는 같은데 왜 덤이라는 말에는 흐뭇한 미소나 상큼한 감탄사가 뒤따를까? 왠지 덤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 덤으로 담겨 와서 그런가 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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