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들을 향해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일선 검사들의 집단 반발로 확대되는 최근 검란(檢亂) 사태를 사실상 ‘검찰 조직 이기주의’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해 문 대통령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진 데 대해 간접적인 화법으로 첫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어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 이라며 이번 사태를 검찰 개혁의 연장선에서 보려는 인식도 분명히 했다.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력을 견제 분산하고 검찰의 오만하고 패권적인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여권의 검찰 개혁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추·윤 갈등에 수수방관하는 듯했던 문 대통령이 사태 해결의 수순에 들어간 셈이지만 이번 갈등을 매듭짓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의 과제는 과도한 검찰권력 분산뿐만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언급하며 수사의 공정성을 강조했던 이도 문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추·윤 갈등이 검찰이 여권에 칼날을 겨눈, 성역 없는 수사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만연한 상황이다. 검찰의 월성 1호기 원전 폐기 관련 수사 착수가 윤 총장 찍어내기의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는 관측도 무성하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이번 갈등을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 탓만으로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사들이 이를 검찰 개혁으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라도 개혁을 명분으로 한 구태의연한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에 대한 보다 진솔한 입장 표명과 함께 정권 관련 비리 의혹에도 단호한 잣대를 들이대는 자세가 문 대통령에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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