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의 적극적인 대처와 국민 협조로 위상을 높여온 K-방역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공교롭게도 위기의 원인은 느슨해진 국민 의식, 방역당국의 한 박자 늦은 대응 탓이라는 지적이다.
2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83명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83명)와 40대(93명)까지 확대하면 전체 신규 확진자 중 과반(52%)이 20~40대에 몰려있다.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20~30대 감염자 비중이 한달 새 28%까지 증가하는 등 젊은 층의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우려한 이유다.
젊은 층의 느슨해진 방역의식은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19일 발표한 ‘코로나19 인식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어느 정도 운이다’라는 항목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20대는 과반인 56.6%에 달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51.2%), 40대(51%)도 절반을 넘겼다. 전체 평균(46.1%)을 웃돌 뿐 아니라 같은 응답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50~60대와 대비된다. 최근 젊은 층의 확진자 폭증세는 “운명론적, 결정론적 믿음이 퍼지고 있다는 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실천노력을 낮춘다”는 연구팀의 해석으로 예견됐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조차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방역 고삐를 죄야 할 타이밍을 번번히 놓쳤다는 지적이다. 잠복기와 증상발현, 검사결과까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일 확진자 583명은 1단계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됐던 이달 초중순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월 2차 대유행 때도 뒤늦게 2단계로 올렸고, 지난달엔 단계를 내려야 하지 않아야 할 때 내리는 실기가 이번에도 반복됐다”며 “(1단계 거리두기) 한달여 기간 소비쿠폰이 발행됐고, 클럽, 주점, 여행지, 식당, 백화점 등에 사람들이 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확산세는)정부도, 국민도 느슨해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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