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어권 보장 않고 '일방 주장'으로 감찰결과 구성
'재판부 성향 수집' 혐의도 논란... "인터넷 정보 불과"
불법사찰 확인 땐??尹 타격...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오후 6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면서 6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윤 총장의 해명은 전혀 듣지 않는 등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추 장관은 이날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이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재판부 불법사찰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ㆍ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윤 총장 본인 감찰 비협조 및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성 위반 등을 제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올해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및 울산 선거개입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성향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재판을 맡은 판사와 관련해 △주요 정치적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은) 이를 반부패ㆍ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서도 추 장관은 감찰 방해라고 주장했다. 올 4월 대검 감찰부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피의자로 입건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윤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해 감찰보다 수위가 높은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한동훈에 대한 신속한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대검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선 통상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건은 인권부에서 처리하는 점 등을 들어, 윤 총장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고, 민원 서류 사본을 원본인 것처럼 서울중앙지검에 넘긴 것을 직권남용이라고 봤다.
추 장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불만 등에 대한 언론 기사의 출처로 윤 총장을 지목하고, 감찰을 방해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올해 4월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한동훈 검사장 관련 감찰개시 사실 보고를 받은 뒤 “(성명불상자에게)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한동훈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하였다”고 언론에 알렸다는 것이다.
이밖에 윤 총장이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이후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한 것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정치적 중립에 관한 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인 2018년 11월 JTBC의 실질 사주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난 점도 징계 이유로 들었다. 추 장관은 “사건 관계인을 만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를 해서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사유에 대한 추 장관의 설명에, 법조계에선 당사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방의 주장으로만 구성한 감찰 결과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감찰 대상인 윤 총장의 대면 조사 거부를 이유로 들었지만, 당사자 해명을 일절 듣지 않았는데도 확인된 사실처럼 못박았다. 재판부 불법사찰이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등에 대해선 친정부 성향인 한동수 감찰부장이나 당시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이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진술을 토대로 윤 총장에게 부정적인 감찰 결과를 내놨다는 의견도 있다. 고등법원 소속의 한 판사는 “행정절차법상 징계는 청문을 거쳐야 하는데 검사징계법에는 청문 절차 규정이 없다”면서 “행정절차법이 더 넒은 개념이라 윤 총장 소명을 듣지 않고 처분을 내린 점이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서신이 공개된 후 김 전 회장 측 진술 위주로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과 유사하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결론을 짓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지어 놓고 사실관계를 끼워 맞추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윤 총장이 감찰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고 지목하면서 유출 대상을 ‘성명불상자’라고 지목한 부분도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통신기록 조회 등 강제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인 데도, 보고 받은 내용을 성명불상자에게 유출했다고 단정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감찰이나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해당 내용을 보고 받은 검사를 유출자로 지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추 장관이 ‘재판부 불법사찰’이라고 지적한 부분도, 수집된 정보가 법조인 대관 등 인터넷상에 대부분 노출된 내용으로 알려져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알려진 것과 달리 대검 측에서 수집한 정보가 ‘불법 사찰’로 볼 여지가 크다면 윤 총장에겐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지방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당사자인 윤 총장 조사도 없이, 의혹만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처럼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 장관이 결국 최악의 자충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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