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기수사 끝에 4년 만에 재판 넘겨
경쟁사와 소송과정서?상대 자료 열람 의심
기업 수장이 도용 ID·비밀번호 사용 전례 없어
BHC 본사서 BBQ 서버 272회 접속 흔적도
‘BBQ 죽이기’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현종(57) BHC 회장이 경쟁사인 BBQ 그룹웨어(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장기간의 수사 끝에 박 회장이 BBQ와의 국제 소송에서 유리한 자료를 얻기 위해 상대 전산망에 불법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중견기업 수장이 직접 나서 경쟁사 전산망을 들여다본 혐의로 적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는 최근 박현종 회장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5년 7월 3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사무실에서 BBQ 전ㆍ현직 직원인 A씨와 B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두 차례 접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박 회장은 BHC 정보팀장 C씨 등과 회의를 하면서 “우리가 BBQ와 진행 중인 국제 중재소송에서 A와 B가 BBQ에 유리한 진술을 한다”며 “BBQ 그룹웨어에서 관리되고 있는 이메일로 이들이 주고 받은 자료나 메시지를 보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후 정보팀장 C씨에게서 A씨와 B씨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 BBQ 내부 전산망 주소가 적힌 쪽지를 건네 받았다. AㆍB씨는 그러나 C씨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건네거나 사용을 허락한 적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박 회장이 도용된 개인정보로 경쟁사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실제로 검찰이 지목한 박 회장의 불법 접속 시점 직후 BBQ 내부 전산망에 있던 국제 중재소송 관련 서류 7건이 열람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BHC에 불리한 진술을 하자, 박 회장이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BBQ 전산망을 들여다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압수한 휴대폰에서 AㆍB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BBQ 서버 주소가 적힌 사진 파일도 확보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BHC가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 흔적을 다수 찾아냈다. 2013년 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BHC 본사 컴퓨터의 고정 IP 주소에서 BBQ 전산망으로 총 272회 접속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 달 평균 10회 이상 경쟁사 정보를 들여다본 것으로, BHC가 BBQ 내부 전산망을 제 집 드나들 듯 접속한 셈이다. 검찰은 다만 박 회장이 접속한 것으로 확인된 2건을 제외한 270건은 접속한 사람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확대할 수 없었다.
이번 수사는 2016년 7월 BBQ의 진정서 제출로 시작됐으며, 검찰의 무혐의 결정과 재기수사명령 등의 과정을 거쳐, 박 회장이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4년 넘게 걸렸다. 박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유명 변호사들을 선임해 방어에 나섰지만 법정행을 막지는 못했다. 박 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나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BBQ 계열사였던 BHC는 2013년 6월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됐으며, 당시 BBQ 해외사업 부문 부사장이던 박현종 회장은 매각과 함께 BHC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BHC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BBQ가 매각협상 당시 가맹점 숫자를 부풀렸다며 인수 이듬해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재판소(ICC)에 BBQ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BHC는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및 탈세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박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해 위증한 혐의로 검찰 고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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