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줄이고 노동권 빼앗는 혁신… ‘플랫폼 경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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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줄이고 노동권 빼앗는 혁신… ‘플랫폼 경제’ 딜레마

입력
2020.11.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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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플랫폼

편집자주

2020년대 지구적 사회 변동의 탐색을 통해 세계와 한국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매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연재됩니다.


플랫폼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시가총액이 1,560억달러인 유니레버가 중산층 17만1,000가구를 떠받치는 반면 시가총액 4,480억달러의 페이스북은 직원이 1만7,000명에 불과하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의 페이스북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는 이 회사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AP 연합뉴스


2020년 8월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1위를 차지한 사우디아람코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버크셔해서웨이, 비자가 뒤를 잇고 있다. 2위에서 8위까지 모두 IT 관련 플랫폼 기업이다. 바야흐로 ‘플랫폼 전성시대’다.


플랫폼 시대의 개막

“우리는 낯선 사람들의 자동차에 올라타고(리프트, 사이드카, 우버), 남는 방으로 낯선 이들을 맞아들이며(에어비앤비), 반려견을 낯선 이들의 집에 맡기고(도그베이케이, 로버), 낯선 이들의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피스틀리). 우리는 또 그들에게 우리 자동차(릴레이라이즈, 겟어라운드)와 배(보트바운드), 우리 집(홈어웨이)과 우리가 쓰는 각종 도구(질록)를 빌려준다. 우리는 생판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의 귀중품과 개인적 경험, 나아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맡긴다.”

이 인용은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경제학자 마셜 앨스타인 등의 ‘플랫폼 레볼루션’(2016)에서 가져온 저널리스트 제이슨 탠즈의 말이다. 앨스타인 등은 플랫폼 시대의 등장이 인류의 삶과 사회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이란 뭘까.

플랫폼은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기차의 플랫폼을 뜻한다. 지하철 환승역을 상상해도 좋다. 플랫폼 경제의 플랫폼은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를 말한다. 플랫폼의 중요한 목적은 사용자들이 꼭 맞는 상대를 만나서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사회적 통화를 서로 교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모든 참여자가 가치를 창출하게 하는 데 있다.


경제학자 마셜 앨스타인 등은 ‘플랫폼 레볼루션’(2016)에서 플랫폼 시대의 등장이 인류의 삶과 사회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플랫폼이 모바일 등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 플랫폼에 한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나고 커지면, 그 플랫폼은 해당 분야의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부상한다. 한마디로 플랫폼 경제란 모바일 등 인터넷 기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재화를 거래하는 경제적 활동을 지칭한다. 플랫폼이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구글과 페이스북 또는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떠올리면 된다.

플랫폼 경제와 유사한 개념으로는 ‘공유 경제’, ‘긱(gig) 경제’, ‘디지털 경제’가 있다. 공유 경제란 생산된 제품을 협업을 통해 빌려주고 나누어 쓰는 경제 모델을 말한다. 긱 경제는 필요에 따라 인력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단기간 일을 맡기는 경제 모델을 말한다. 공유 경제의 대표 사례가 우버라면, 긱 경제의 대표 사례는 배달의 민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공유 경제와 긱 경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자신의 기반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공유 경제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플랫폼 경제이고, 이 플랫폼 경제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경제다. 경제학자 닉 서르닉은 ‘플랫폼 자본주의’(2016)에서 말한다.

“오늘날 디지털 경제는 산업 시대의 석유처럼 데이터라는 원료에 기초하며, 이용자의 활동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여 적절한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다음 이런저런 방식으로 가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모델로 바뀌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정보기술 분야뿐 아니라 농업에서 제조업, 서비스 산업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차와 승객이 만나는 접점인 플랫폼은 이제 경제 주체를 연결하는 거의 모든 매개를 의미한다. 사진은 추석 귀경객들로 붐비는 2018년 가을 서울역 플랫폼. 연합뉴스


요컨대, 플랫폼은 21세기에 우리 인류가 마주한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다. 접근, 재생산, 유통의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라는 점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의 특징이라면, 다양한 이용자 집단을 매개하는 인프라 구조를 제공하고 네트워크 효과가 유발하는 성과를 향유하는 점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020년대와 플랫폼의 미래

플랫폼이 가져오는 혁명적 변화를 선구적으로 통찰한 저작 가운데 하나는 경제학자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의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2017)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 인류가 ‘제2의 기계 시대’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여기서 머신이 인공지능이라면, 플랫폼은 디지털 환경이고, 크라우드는 전문가의 핵심역량을 넘어서는 집단지성을 함의한다. 맥아피와 브린욜프슨에 따르면, 제2의 기계 시대를 주도하는 기업은 기성 기업의 방식과 전혀 다르게 마음과 머신, 생산물과 플랫폼, 핵심역량과 크라우드를 결합하는 조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0년대에 플랫폼의 미래는 그렇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오늘날 플랫폼의 명암은 선명하다.

먼저 공유 경제의 장점은 플랫폼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플랫폼은 사용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디지털 환경을 제공해 공급자에게 혁신의 자극을,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선사한다. 아마존과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도 플랫폼이란 공간과 수단을 통해 힘과 속도를 얻게 된다. 오늘날 플랫폼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경제학자 스콧 갤러웨이가 ‘플랫폼 제국의 미래’(2017)에서 분석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네 개의 거인기업’이다. 이 네 개의 거인기업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긱 경제’는 필요할 때마다 임시 인력과 계약을 맺고 단기간 작업을 맡기는 경제 모델이다.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대표적이다. 올 8월 서울 ‘배민 라이더스’(배달의민족 주문 음식 배송 기사) 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한편 플랫폼의 그늘은 독점화와 일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술의 측면에서 플랫폼 기업은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아두고, 이와 연관된 서비스들을 다채롭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소수의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독식 경향이 두드러진다. 플랫폼이라는 자본이 결국 권력이 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고용의 측면에서 플랫폼은 기성 산업과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갤러웨이에 따르면, 시가총액 1,560억 달러의 유니레버는 중산층 17만1,000가구를, 시가총액 1,650억 달러의 인텔은 중산층 10만7,000명을 떠받친다. 반면 시가총액 4,480억 달러인 페이스북의 직원은 1만7,000명에 불과하다.

플랫폼 기업들은 높은 보상이 주어지는 소수의 일자리만 창출하고 그 밖의 나머지 사람들은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고 갤러웨이는 비판한다.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가 곧 ‘플랫폼 노동’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미국은 300만명의 영주와 3억5,000만명의 농노가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갤러웨이의 우울한 전망 역시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처럼 플랫폼의 세계에는 빛과 그늘이 분명하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다시 데카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의 공간이 플랫폼이다. 그러나 동시에 플랫폼은 빠르게 진행되는 노동시장과 부의 양극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2020년대에 정보사회가 비가역적인 만큼 플랫폼 시대는 만개할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는 자리에 인류는 이미 도착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사회와 플랫폼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진 것은 올해 코로나19가 가져온 본격적인 비대면 사회의 등장을 통해서였다. 비대면의 장점은 온라인 쇼핑, 교육, 금융, 문화 등으로 확산됐고, 이를 다루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무하고 촉진하며 혁신시켜 왔다. 이러한 흐름과 연관해 주목할 사항은 두 가지다.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제도 개혁은 중대한 정책적 과제다. 지난달 배달 종사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회원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라이더안전보장법 촉구 집중행동’ 돌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첫째,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섬세한 규제개혁이 요구된다. 앞서 말했듯 플랫폼은 혁신과 양극화의 이중적 공간이다. 플랫폼의 독점화 경향은 제어하되 그 성장을 독려할 수 있는, 해외 플랫폼 기업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전향적 규제개혁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는 혁신경제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대한 정책적 과제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섬세한 정책대안 또한 요구된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약 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생산적인 노사합의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도적 개혁 역시 중대한 정책적 과제다.

플랫폼은 2020년대 우리 삶과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영원한 게 없다는 바로 그 사실 하나뿐이다. 플랫폼이 가져오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 대처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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