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한국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는 이동욱 감독의 승부수가 주효했다.
이 감독은 21일 두산과 4차전에서 2-0으로 앞선 7회 1사 1루 위기를 맞자 1차전 선발이었던 팀의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불펜으로 투입했다. 루친스키는 기대대로 2.2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틀어막아 3-0 승리를 지켰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되면서 이제 우승의 향방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5차전 선발이 유력해 보였던 루친스키를 불펜으로 당겨쓰면서 출혈은 있지만 4차전을 내줬다면 벼랑 끝에 몰리는 NC였기에 이 감독은 강수를 뒀고 그 수가 적중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투구수는 30개까지 생각했다. 박민우가 실책하면서 갯수가 늘어났다. 마지막에 바꾸려고 했는데 본인이 막겠다고 해서 놔뒀다"며 이날 루친스키에게 마무리를 맡긴 이유를 밝혔다.
루친스키가 39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5차전 선발은 일단 구창모가 나선다. 6~7차전 선발 등판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 경우에 따라 5, 6차전에서도 승부처가 온다면 다시 불펜으로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루친스키가 남은 시리즈에서 전천후 등판 가능성을 내비쳤다면 두산엔 크리스 플렉센이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5차전 선발로 라울 알칸타라 대신 플렉센을 낙점했다. 1차전 선발이었던 알칸타라의 등판 순서지만 컨디션이 가장 좋은 플렉센을 먼저 쓰는 것이다. 플렉센도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루친스키와 똑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2-0 리드를 지키기 위해 김 감독은 1차전 선발이었던 플렉센을 7회부터 투입해 3이닝을 맡겨 승리를 챙겼다. 김 감독은 "잘 하면 쓰고 못 하면 안 쓴다"는 단순한 원칙으로 포스트시즌을 꾸려가고 있다.
김 감독도 고민은 있다. 플렉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포스트시즌에서 벌써 5경기째 등판시키고 있다. 최상의 구위를 자랑 중인 플렉센이라 해도 피로 누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김 감독 역시 승기를 잡는 순간이 온다면 플레이오프에서처럼 다시 한번 플렉센을 필승조로 대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턴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장기전으로 흐를수록 플레이오프부터 치른 두산이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23일 열리는 5차전이 사실상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실제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선 경우는 9번이었는데 그 중 7번이나 5차전 승리팀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2000년대 이후로는 100% 우승 확률(6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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