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면 섬유나 비닐로 만든다, 종이 감촉 들면 위폐”
“전 세계 화폐 중 가장 강력한 위조방지 장치를 갖고 있는 게 국내 5만원권과 스위스 화폐, 유로화다. 대표적인 위조방지 기술 몇 개만 알아도 위폐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위벤저스’를 개설, 대국민 홍보에 나선 위폐전문가그룹의 박억선 KB국민은행 외환업무지원부 팀장은 “위폐를 구별하는 가장 간단하면서 확실한 방법은 돈을 만지고, 기울이고, 비춰보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5만원권에는 30종 이상의 위조방지장치가 들어있다. 그 중 일반에 공개된 건 10여개 안팎. 미국 달러화엔 20~25종의 위조방지장치가 있다.
1989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박 팀장은 1996년부터 벌써 20년 넘게 위폐감별 업무를 해오고 있다. 위폐피해방지 예방을 위해 2018년 결성된 위폐전문가그룹은 한국은행과 국정원, 은행연합회, 시중은행의 위폐 감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간 외화를 다루는 세관, 카지노, 공항 면세점을 대상으로 위폐 방지 교육을 해왔다.
박 팀장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위폐의 양은 무궁무진한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연간 2억 달러 안팎(약 2,230억원)의 위폐가 발견된다. 그러나 위폐 발견규모가 실제 유통량의 5%라는 업계 의견을 감안하면 전 세계에 뿌려진 위폐 규모는 미국 달러화만 40억 달러(약 4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위폐는 크게 초급ㆍ중급ㆍ전문가 수준으로 나뉘는데 보통 발견되는 건 칼라복사기로 종이에 찍어낸 초급 위폐거나, 달력 제조에 사용하는 옵셋 인쇄기로 출력한 중급 위폐가 대다수다. 박 팀장은 “돈은 면 섬유나 비닐로 만든다”며 “만져봤을 때 종이 감촉이 들면 그건 위폐”라고 설명했다. 원화, 달러화, 엔화, 위안화 등은 모두 면 섬유로 만든 화폐다. 호주나 뉴질랜드, 캐나다, 베트남에선 비닐 소재로 돈을 찍어낸다.
기울이거나 비춰보면서 확인할 것은 입체형 부분노출은선과 홀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고, 숨은 그림이 나타나는지 여부다. 그는 “위폐는 은박지를 붙여 형태만 따라한 경우가 많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위폐로 유통되는 화폐는 위안화”라고 말했다. 위안화가 위폐인지 확인하는 확실한 방법은 빛에 비춰보는 것이다. 박 팀장은 “100위안을 빛에 비추면 왼쪽 여백에 숨은 그림인 마오쩌둥 초상화와 숫자 100이 나온다”며 “아직까지 숨은 그림 속 숫자 100을 위조한 사례는 없어 진폐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폐는 최종 소유자의 손해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환전하거나, 가게에서 계산할 때 본인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그는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지에서 성행하는 ‘바꿔치기’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요금이나 물건 값을 지불할 때 돈이 이상하다며 바꿔달라고 하면 일단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바꾸는 과정에서 위폐를 대신 주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갑이 든 가방을 맡기고 마사지 등을 받을 때 해당 가게 점원이 사물함을 몰래 열어 지갑에 위폐를 대신 넣어두는 사례도 왕왕 발생한다. 박 팀장은 “환전한 외화 사진을 찍어 해당 돈의 일련번호를 알고 있으면 바꿔치기를 당해도 위폐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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