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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정부’ 바이든 시대, 배후엔 ‘할 수 있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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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정부’ 바이든 시대, 배후엔 ‘할 수 있는’ 경제학

입력
2020.11.08 11:10
수정
2020.11.08 18: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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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의 대선 구호 중 하나인 '더 낫게 재건하라'는 경제 정책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를 구분짓는 진보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의 대선 구호 중 하나인 '더 낫게 재건하라'는 경제 정책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를 구분짓는 진보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조 바이든 당선자의 경제정책은 ‘더 낫게 재건하라(Bulid Back Better)’라는 선거 구호로 요약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처 입은 미국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시장 자유를 중시하는 소극적인 정부에서 벗어나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프라 투자와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펼치는 적극적 정부로 변화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바이든 정책의 배후에는 이른바 ‘할 수 있는(Can-do) 경제학’이라 부르는, 정부의 개입을 긍정하는 경제학자들이 자리잡고 있다.

'좌클릭' 이끈 번스타인·부셰이

뉴욕타임스와 애틀랜틱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선거캠프는 100명이 넘는 경제 분야 전문가 조언 그룹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나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정부 때 일했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유명인들도 있었다. 서머스는 바이든 캠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진보파들의 극심한 반대에 시달렸고 사실상 캠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바이든의 경제팀을 이끄는 인물들은 이런 베테랑들보다 훨씬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이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경제 보좌관이었던 재러드 번스타인 예산정책우선주의센터(CBPP) 선임연구원과 싱크탱크 '공정성장을 위한 워싱턴센터'의 대표 헤더 부셰이가 그들이다.


바이든 후보의 경제참모인 재러드 번스타인. C-SPAN 캡처

바이든 후보의 경제참모인 재러드 번스타인. C-SPAN 캡처


재러드 번스타인은 2008년 바이든의 부름을 받고 백악관에 들어갔지만 오바마 정부에서 늘 신자유주의적 원칙을 옹호하는 중도 보수파에 둘러싸여 정책을 펴지 못했고 2011년에 백악관을 떠난 인물이다. 그의 정책 제안을 번번이 막았던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서머스였다.

2019년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번스타인은 자신의 경제학을 “할 수 있는(Can-do)” 경제학으로 정의했다. 그는 “과거 주류 경제학자들의 일은 정부가 진보적 정책을 왜 ‘할 수 없는지(Can’t-do)’를 설명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잘못된 것으로 판명났다”면서 “Can-do 경제학은 시장이 항상 최적의 조건으로 움직이며 정책이 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가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정책의 역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시적인 불균형을 정부가 적극 조정할 필요는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캠프의 경제 정책을 구상한 헤더 부셰이. C-SPAN 캡처

바이든 캠프의 경제 정책을 구상한 헤더 부셰이. C-SPAN 캡처


번스타인과 뜻을 같이하는 헤더 부셰이는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는 미국의 부유층이 교육과 사회적 기회를 독점하고, 긴축 정책을 펼쳐 불평등을 보정하려는 보육·교통·통신 인프라에 대한 수많은 공공 투자를 좌절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인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었던 성장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부셰이는 "설령 코로나19 충격이 사라지더라도 충분한 부양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드노믹스' 세공해 '주식회사 미국' 설득한 벤 해리스


바이든 후보의 경제참모인 벤저민 해리스. C-SPAN 캡처

바이든 후보의 경제참모인 벤저민 해리스. C-SPAN 캡처


바이든의 ‘좌클릭’은 중도파들의 우려를 유발했고 도널드 트럼프 캠프는 이를 집요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주당이 의회까지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오히려 월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는 풍경이 벌어졌다. 바이든의 진보적 경제 정책이 기업가들의 기대를 모을 만큼 '바이드노믹스'를 구체화한 인물은 공교롭게도 번스타인이 백악관을 떠난 후 그의 후임을 맡았던 벤저민 해리스 노스웨스턴대 교수다.

해리스는 ‘부유세’보다는 덜 과격하지만 실제로 조세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정책 대안으로 가장 부유한 집단에 대한 소득세를 입안해 '현실적'이란 반응을 얻었다. 또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낙후 지역에 도로와 철도를 확충하고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에 연방 예산을 투자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경제를 효율화하기 때문에 기업에도 이득이라고 역설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의 캠프 내 역할에 주목하면서 번스타인도 때때로 “그 부분은 벤(해리스)에게 묻는 게 낫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시대가 부른 큰 정부

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정부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든이 중도주의자라 하더라도 결국 이 요구에 응답할 수밖에 없다. 번스타인은 “지금은 FDR(프랭클린 루스벨트·대공황으로부터 회복을 위해 뉴딜 정책을 추진한 미국 대통령)의 시간이고, 바이든도 그걸 알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의 대표적인 진보 공약은 연방 최저임금을 2009년 설정된 7.25달러에서 15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생각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플로리다주는 “바이든은 사회주의자”라는 트럼프 캠프의 선전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투표에서 바이든보다 한 발 앞서 플로리다주의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안을 통과시켰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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