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팀 정신'으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를 것을 거듭 주문했다. 당 안팎의 '반(反) 김종인' 세력을 향한 호소이자 경고였다. 올해 4·15 총선 참패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을 김 위원장이 회생시켰으나, 호시탐탐 그의 축출을 노리는 인사들이 여전히 있다. 정권을 창출할 새 인물의 여전한 부재와 당 지지율 정체,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투쟁력 등이 김종인 체제를 흔드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지금 비대위가 추진하는 여러 상황이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 내년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당이 단합된 모습으로 참고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선 전초전' 격인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이 분열하면 2022년 대선은 필패라는 위기론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야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무기력하다' '왜 적극성을 갖고 임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내년 보궐선거 승리를 이루기까지 다소 불만스러운 생각이 있어도, 당이 혼연일체 되어 선거를 반드시 이기는 방향으로 노력하길 다시 당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보수 원로들로 구성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회의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 위원장 면전에서 "야당은 공격적이어야 한다"며 비판을 퍼푸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당내 인사들과 부지런히 '식사 정치'를 하고 있다. 분열의 씨앗을 제거하겠다는 뜻에서다. 이달 2일 서울·부산의 중진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을 만난 데 이어, 8일에는 당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김 위원장에게 기회를 더 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달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당 회의에서 "5개월 남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단일대오로 뭉쳐야 하고 더욱 응집된 힘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다수 의원들은 비대위 지도부를 지지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정 의원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은 최근 만나 '대안도 없이 김 위원장을 공격하는 당내 인사들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일부 의원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현재로선 내년 보궐선거까지만 유효한 '시한부'가 될 공산이 현재로선 크다. 보수 주류를 자처하는 인사들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의심, 김 위원장이 '욕심'을 드러내는 순간 견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이겨도 김 위원장 앞에 '꽃길'이 놓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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