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학생 유족 "업체·학교 역할 못 해"

청년참여연대 등 25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혐오 표현을 방치하는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대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다원 기자
“우리 아이가 악플로 삶의 의욕을 잃을 때까지 해당 커뮤니티도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서울 시내 대학교의 한 재학생이 학내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타)'에서 악성 게시글 및 댓글(악플)에 시달리다 지난달 초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본보 10월 28일자 10면)이 알려지자,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에브리타임과 대학 측에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대학생 A씨는 지난달 초 '에브라타임에서 악플을 단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망 전 여러 차례 자신의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에브리타임에 올렸지만, 위로는커녕 '조용히 죽어라' '말만 하고 못 죽네' 등 심각한 수위의 악플 세례를 받았다.
청년참여연대 등 25개 단체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브리타임과 대학은 혐오 표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구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는 서울대 연세대 동국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등 각 대학의 여성·인권단체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에브리타임 내에서 혐오 표현 및 악플 문제가 고질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비판했다. 이효진 여대페미니스트 대표는 “올해 2월 트렌스젠더 B씨가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것 또한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 폭력과 차별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인터텟 커뮤니티와 대학들이 악플 피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주 청년참여연대 활동가는 “대학 내 공론의 장을 사이버 상에 옮겨 놓은 게 에브리타임”이라며 “대학 역시 에브리타임 내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적 해결책을 고안할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A씨와 같은 학교 재학생인 고은씨는 “반복되는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방치한 에브리타임에 큰 책임이 있다”며 “나 역시 대학 구성원으로서 학생들과 함께 공론장 회복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족은 "익명이라는 미명 하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마같은 짓을 하도록 방치한 에브리타임을 고발한다"며 "더 이상 에브리타임 내의 악플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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