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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죽는다네 ㅋㅋ"... 동료 학생 죽음으로 몬 '에타'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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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로만 죽는다네 ㅋㅋ"... 동료 학생 죽음으로 몬 '에타' 악플

입력
2020.10.27 15:44
수정
2020.10.27 21: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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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대학생 "죽어라" 막말 듣고 목숨 끊어
신분 특정 어렵고 처벌도 미미해 비극 반복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피해자 A씨를 겨냥해 작성됐던 악성 게시글 일부 캡처. 현재는 원 게시글과 댓글 모두 삭제된 상태다. A씨 유족 제공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피해자 A씨를 겨냥해 작성됐던 악성 게시글 일부 캡처. 현재는 원 게시글과 댓글 모두 삭제된 상태다. A씨 유족 제공

대학 재학생이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악성 게시글 및 댓글(악플)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 악플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도적 미비와 관련 주체의 책임 회피로 인해 비슷한 비극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초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서울여대 학생 A씨의 유족은 에브리타임에서 A씨에게 악플을 단 이들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이번 주 내로 에브리타임에서 이용자 접속 현황 등 관련 정보를 확보할 예정이다.

A씨 유족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았던 A씨는 지난해부터 심적으로 지칠 때마다 위안을 얻고자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일부 익명 이용자들은 A씨를 위로하기는커녕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못 죽네" 등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는 악플을 달며 A씨를 조롱했다. 이들은 악플을 그만 적으라는 A씨의 요구에도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자유"라며 "피해의식에 과대망상까지 있다"고 받아치는 등 악플 달기를 멈추지 않았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남긴 유서 일부. 경찰에 에브리타임 악플러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A씨 유족 제공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남긴 유서 일부. 경찰에 에브리타임 악플러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A씨 유족 제공

결국 A씨는 이달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어머니는 딸에 대해 "최근까지 우울증 치료 효과가 좋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성실히 살려고 노력했다"며 "그런데 악플에 시달리면서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하는 등 우울증이 악화되는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에브리타임 악플러들을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휴대폰에 해당 캡처가 남아 있으니 악플러들을 제대로 처벌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대학생 450만명 이상이 사용하며 '대학생 필수 어플'로 꼽히는 에브리타임은 이미 익명을 이용한 악플 문제로 수차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청년참여연대가 5월 대학생 325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에브리타임을 사용한다"고 답한 이들은 321명에 달했는데, 이용 중 불쾌감을 느꼈다고 응답한 248명(79.1%)이 1위로 꼽은 불쾌감의 요인은 익명 막말·비방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에브리타임의 익명 악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 안에서의 악플 가해는 이용자 신분을 특정하기 어려워 형사 고소가 쉽지 않고, 고소장이 접수돼 이용자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양대에서 에브리타임 악플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고소를 진행했지만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라는 경미한 처벌에 그친 바 있다.

에브리타임과 학교 측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태연법률사무소 김태연 형사전문 변호사는 "에브리타임 등 플랫폼 업체에는 댓글 관리나 수사 협조 의무가 없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에브리타임이 해당 학교 학생임을 인증해야 이용 가능한 '학내 커뮤니티'임에도 학교 측 대응은 전무하다. 서울여대 인권센터는 A씨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학생들만 쓸 수 있는 커뮤니티라서 들어가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익명성에 의지해 댓글을 다는 행위가 폭력적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제재할 효과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명성은 확증편향을 통해 공격성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명제를 한시적으로라도 시행하는 등 플랫폼 업체들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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