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전 선발 출전해… 전북, K리그1 최초 4연패
이동국(41ㆍ전북)이 “마지막까지 골이 기대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던 다짐을 지켜내며 굴곡 많았던 선수 인생을 마무리했다. 자신의 은퇴 경기이자 팀의 우승이 걸린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친 이동국은 마침내 팀과 자신의 통산 8번째 우승이자 K리그1 4연패 신화를 손수 썼다.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251명의 관중은 방역 지침상 내지를 수 없는 환호 대신 뜨거운 박수와 눈물로 ‘선수 이동국’을 떠나 보내며 그의 축구인생 2막을 응원했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최종전인 27라운드에서 대구에 2-0 승리를 거두고 가슴에 8번째 별을 달았다.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몸보다 정신이 약해져 떠난다”며 나흘 전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동국을 선발 명단에 집어넣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57을 기록한 전북은 울산(승점 54)보다 우승엔 훨씬 가까운 입장이었지만, 이날 대구에 패하고 같은 시간 울산이 광주를 이기면 경우 다 차려 놓은 우승 밥상이 엎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이동국의 몸 상태엔 자신이 있었단 얘기다.
이동국은 은퇴 발표가 아까울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잘 뛰었다. 전반 12분 페널티 박스 내 왼쪽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발리슛을 선보이며 승점 3점을 향해 투지를 불살랐다. 등번호 20번을 달고 전북에서 뛴 이동국을 위해, 모든 관중은 전반 20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2분동안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박수를 보냈다. 힘을 받은 이동국은 현역 마지막 경기란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구 수비를 부지런이 휘저었다.
불혹을 넘긴 이동국이 휘저으니 동생들도 게을리 뛸 수 없다. 큰 키와 골 결정력이 이동국과 닮은꼴인 조규성(22)이 마치 왕위 계승식을 하겠다는 듯 두 골을 몰아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조규성은 전반 26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날아온 최철순(33)의 크로스를 중앙에서 정확한 헤딩 골로 연결했고, 전반 29분엔 상대 수비 맞고 나온 공을 페널티 박스 정면 안쪽에서 오른발로 차 넣었다.
전북은 후반 들어서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우승에 한 발 한 발 다가섰다. 대구가 간간이 역습을 하며 주도권을 잡기도 했지만, 전북의 굳건한 흔들리지 않았다. 그 사이 이동국은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 득점을 노렸다. 후반 19분과 24분에도 페널티 박스 정면 바깥쪽과 안쪽에서 위협적인 왼발 슛으로 대구 골 문을 위협했고, 그 때마다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동국은 은퇴전에서 팀이 기록한 14개의 슈팅가운데 가장 많은 4개의 슈팅을 쐈다. 그 4개의 슈팅은 모두 유효슈팅이었다.
경기 후 은퇴식에서 이동국은 끝내 눈물 흘렸다. 그는 “오늘 경기장에 등번호 20번이 적힌 유니폼들이 너무 많이 보여 감격스러웠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북 현대에 와서 얻은 게 많은 것 같다”며 “잘 할 때나 못 할 때나 등 뒤에서 내 편이 돼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없지만 전북 선수들을 뒤에서 항상 응원해주시고, 힘을 불어넣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구단은 이날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을 영구결번 하기로 했다. 선수 등번호 결번은 팀 창단 최초다.
울산문수구장에서는 역전 우승의 ‘실낱 희망’을 꿈꾸던 울산이 광주를 상대로 3-0으로 승리했지만 전북의 승리로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울산은 전반 34분 윤빛가람(30)이 선제골을 넣은 뒤 36분 주니오(34)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시즌 26호골을 터트린 주니오는 득점 2위 일류첸코(포항·이상 19골)를 7골 차로 따돌리고 득점왕을 확정했다. 울산은 후반 45분 이동경(23)의 쐐기골로 3-0 승리에 마침표를 찍고 홈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울산은 오는 4일과 8일 열릴 대한축구협회 주최 FA컵 결승 1, 2차전에 총력을 다하겠단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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