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회계 부정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검찰의 출석 요청을 받아온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29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회기 중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이날 투표에는 186명이 참석해 167명이 찬성했다. 역대 국회에서 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59건이 발의돼 이번까지 14명의 의원에 대해 가결됐다. 체포동의안 처리를 강화한 2016년 국회법 개정 이후는 처음이다.
삼권분립의 민주 체제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부의 권위는 존중해야 마땅하다. 의원에 '불체포 특권'이 주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역사를 돌이키면 군사독재 정권에서 야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일삼을 때 불체포 특권은 이를 막기 위한 장치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권리가 개인의 불법과 비리를 가리는 '방탄' 장치로 이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체포안 가결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 의원의 혐의는 향후 사법적 판단을 통해 시비가 가려지겠지만 검찰이 8월 중순부터 8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지 않다.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감싸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도 검찰에 출석하지 않아 놓고 이제 와서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정 의원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 무혐의는 누구나 주장할 수 있지만 조사에 응해 자신의 무죄를 소명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정 의원 체포 동의안 가결 과정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는 볼썽사납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니 만큼 민주당이 결정하는 게 맞다"는 논리를 대며 표결에 불참했다. 표결에 참석하려는 의원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반대표가 나와 부결될 경우 표결에 참여한 야당이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지만 전형적인 책임 회피다. 향후 국민의힘 의원 수사를 막겠다는 발상이라면 이만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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