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28일 국회 시정연설이 야당의 고성과 야유 속에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연단에 오른 후에도 야당의 고함이 계속돼 시정연설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연설에 25차례나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야당은 단 한차례도 박수를 치지 않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 대통령 입장 전부터 “이게 나라냐” “말이 되냐”고 거세게 소리를 질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시정연설 시작 전 문 대통령과의 환담자리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팀으로부터 수색을 받은 데 따른 항의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에 “야당의 주장에 철저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야당의 항의는 잦아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 연단에 오를 때도 여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보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 박수와 고성이 엇갈리는 가운데 본회의장에 입장한 문 대통령은 야당 쪽에 시선을 주지 않고 곧장 연단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 연설에 오른 후에도 야당의 고성이 잦아들지 않아 시정연설이 약 2분 간 지연됐다. 문 대통령이 박 의장을 바라보며 장내 정리를 요청하자, 박 의장은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말을 드린다”며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당도 예의를 갖춰 경청해 달라”고 했다. 이후 장내가 진정되자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내 단 한차례도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주요 대목마다 박수를 치는 등 대조적이었다. 이날 문 대통령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쓴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때도 악수를 하지 않고, "이게 나라냐"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이 악수를 청하지 않자 눈 인사와 목례만 한 채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시정연설에 앞서 문 대통령, 국회의장, 여야 교섭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전환담에도 불참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참을 통보했고, 주 원내대표는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환담이 열리는 의장실에 입장하려다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왔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협치하겠다고 오신 분들이 의장실 회동에 원내대표가 들어가는데 경호처 직원이 제지했다. 경호원들이 원내대표의 신원검색을 했다”며 “야당을 대통령의 들러리로 세우는 것도 아니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보통 환담 전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신원을 검색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주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것을 모르는 분 있나. 이 무례를 청와대가 국회에 와서 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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