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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과 방역, 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20.10.31 0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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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의 한 공공 체육시설에서 관계자들이 소독제를 분사하며 자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28일 서울의 한 공공 체육시설에서 관계자들이 소독제를 분사하며 자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일주일에 달랑 한 번 가던 학교를 세 번 가게 된 이후로 아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등교하는 날이면 아침마다 아이 책가방에 교과서와 공책, 필통 외에 휴대용 소독 티슈와 손 소독제, 여분 마스크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일이다. 학교에서 준비를 당부하기도 했고, 그러지 않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서 챙겨 보냈을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소독은 일상화됐다. 학교건 사무실이건 지하철역이건 어디에나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는 모습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커다란 용기를 들고 다니며 곳곳에 소독약을 뿌리는 TV 속 장면도 익숙해졌다.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이나 공용 출입문 손잡이 등에 항균 필름이 붙어 있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흔히 눈에 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소독이 불가피해진 상황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코로나19에 혹시라도 감염될까 불안한 마음이 앞선 나머지 소독의 위험성은 외면해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 과학계 한편에선 소독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남용이나 오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또 어떤 감염병이 등장할 지 모르는 만큼 소독제 사용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개최한 제33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 모인 과학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소독용 제품은 유효 성분과 사용법을 반드시 확인하고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손 소독제에는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과 지질을 변형시키는 유효 성분이 들어 있다. 가장 흔한 건 에탄올이나 이소프로필 알코올인데, 이들이 함유된 제품은 피부에 자극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유효 성분으로 알코올이 아닌 염화벤잘코늄이 함유된 제품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화벤잘코늄이 주성분인 제품은 손 소독제의 10% 정도다.

과학자들은 일부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산화질소, 전해산성수, 과산화수소 등을 코로나19 예방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전파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들 성분은 산업이나 연구, 의료 현장에서 살균 또는 소독용으로 쓰이긴 하지만, 일상 생활에 사용하긴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살균제나 살균소독제, 세정제, 클리너 등으로 표시된 제품들 가운데 인체에 쓰면 안 되거나 의학적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약외품으로 허가 받지 않았는데도 소독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비교해서도 국내 소독제 관리는 비교적 체계적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가 제때 신속하게 공유되지 못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시중의 소독제는 피부나 물체 표면에 묻혀 펴 바르는 형태도 있고,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제품도 있다. 과학자들은 특히 뿌리는 소독제가 지나치게 사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소독제 성분이 공기 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떠 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표면을 닦아내는 용도로 만든 소독제를 공기 중에 분무하면 에어로졸이 호흡기로 들어가 기관지 끝부분의 폐포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소독제 성분이 흡입된 뒤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정해진 사용법을 지키는 게 최선이다.

항균 필름도 효용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은 항균 필름을 붙였다는 이유로 소독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해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항균 필름 부착 대신 수시로 소독제를 사용해 닦아주는 편이 방역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가장 염려되는 건 공간 소독이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곳에는 길바닥이나 공기 중에 다량의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을 해왔다. 이런 식으론 바이러스 제거가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소독제의 화학 성분이 공기 중에 잔류하게 된다. 바닥에 남은 소독약은 배수구로 흘러 들어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그 영향은 지금의 어른들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세대가 감당해야 할지 모른다.

아이들과 더불어 위드 코로나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역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어느 과학자가 강조했듯이, 소독약은 ‘양날의 검’이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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