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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프로야구(KBO)가 개막했던 올봄 텍사스의 추신수 선수는 “나랑 계속 친하게 지내려면 롯데를 응원하라”고 주변에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팀으로 간주된 NC가 미국 팬들을 끌어모으던 때 롯데 깃발을 꽂았다. "아홉 살 때 야구를 시작했다. 훈련이 끝나면 훈련복을 입은 채 사직구장으로 갔다. 외삼촌(롯데 2루수 박정태)이 표를 입구에 맡겨놓았고, 나는 표를 받아 야구장으로 들어갔다." 추신수가 밝힌 사직구장의 추억이다.
□“롯데에서 삼촌과 함께 뛰는 게 꿈”이었던 추신수는 부산고 졸업 후 롯데의 지명을 받았으나 결국 시애틀을 택했다. 그의 꿈은 연속 20홈런-20도루 달성(2009, 2010년), 52경기 연속 출루(2018년),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 계약 등 화려한 성취로 대체됐다.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한 입지전적 성공이었다. 그는 코로나로 어려운 처지에 빠진 마이너 선수들을 돕고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귀감이 됐다.
□며칠 뒤면 추신수의 계약이 끝난다. 한동안 부상으로 뛰지 못하던 그는 지난달 27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해 기습 번트 안타로 텍사스 경력을 마무리했다. 추신수는 1~2년 더 현역으로 남기를 원하지만 향방은 불확실하다. 텍사스는 잡지 않는 분위기고, KBO에서 뛰는 것은 “꿈 중 하나”라면서도 가족문제로 주저하고 있다. KBO에서 우선권을 가진 SK는 추신수가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감하게 미국으로 간 스무살 그때처럼, 또 한 번 추신수의 결단을 고대한다.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한국행을 택하기를. KBO도 합심해 롯데로 오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삼촌의 팀에서 초등학교 친구 이대호와 함께 뛰는 것은 추신수의 꿈이자, 한국 야구의 꿈의 장면이 될 것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팬들을 들뜨게 했다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1번 타자’와 ‘조선 최고의 4번 타자’를 볼 사직구장은 말 그대로 뒤집어질 것이다. 설레는 그날을 위해, 롯데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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