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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아들 대신 발표하러...무자격 대학원생 나랏돈으로 이탈리아 갔다

입력
2020.10.23 19:00
수정
2020.10.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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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대리 발표에 국비 사용 돼"
보건산업진흥원 과제 지원 연구비 중 336만원 써
서울대, 대리 발표 대학원생은 "발표 자격 없어"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아들 김모씨가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의 포스터를 김씨 대신 발표하기 위해 서울대 대학원생이 나랏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 학회에 다녀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서울대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이 대학원생이 김씨 대신 포스터를 발표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자격이 모자란 대학원생이 나랏돈을 들여 김씨 대신 포스터를 발표하기 위해 해외까지 간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행사는 2015년 8월 2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IEEE EMBC)'다. 이 컨퍼런스는 의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가진 국제 학술대회다.

논문 포스터는 당시 서울대 대학원 신입생이었던 A씨가 대리로 발표했다. A씨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아들 김씨가 사정 상 학회 참석이 어려워지자 대신 포스터를 정리했고, 이 일로 논문의 '제2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A씨는 제2 저자 자격으로 행사에 갔다.

B교수, 김씨 지도교수 부탁에 제자 A씨에게 정리 맡겨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서울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서울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A씨가 논문에 참여하게 된 건 당시 지도교수였던 B교수의 지시 때문이다. 나 전 원내대표의 아들 김모씨의 논문 관련 의혹 등에 조사를 진행했던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따르면, 김씨의 지도교수였던 윤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B교수에게 포스터 정리를 부탁했다. 윤 교수의 부탁을 받은 B교수는 자신의 지도를 받고 있던 대학원 신입생인 A씨에게 작업을 맡겼다.

나 전 원내대표의 아들 김씨는 고등학생이던 2014년 윤 교수의 인턴으로 서울대 대학원생들과 함께 서울대 연구실을 이용하며 연구를 진행했고, 이듬해인 2015년 3월 그 결과물인 논문을 미국 유명 과학경진대회에 출품해 준우승 상을 탔다. 그리고 김씨는 다섯 달 뒤 이 논문으로 IEEE EMBC에 참가했는데, 당시 발표문에는 김씨가 고등학생이 아닌 서울대 대학원생으로 적혀있다. 대학원생 A씨는 이 논문의 포스터를 김씨 대신 발표했다.

그런데 A씨 출장 비용, 즉 나 전 원내대표의 아들 김씨의 논문 발표에 국비가 쓰인 점이다. A씨는 김씨 대신 발표를 하기 위해 일비 28만1,802원, 숙박비 65만7,552원, 식비 49만3,164원, 항공료 193만4,400원 등 총 336만6,924원을 썼다.

이 비용은 모두 B 교수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지원받은 '의료기기 기술 개발 사업' 연구비에서 나왔다. 해당 연구비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5년 5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스마트 올인원 심폐순환 보조장치의 시스템 통합' 과제 연구 지원 목적으로 B교수에게 지급한 돈의 일부다.

나경원 "보조저자 참석 드문 일 아냐, 이게 왜 특혜인가"

나경원 전 의원 아들의 연구 논문 포스터 공동 저자 등재에 대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내용. 서동용 의원실 제공

나경원 전 의원 아들의 연구 논문 포스터 공동 저자 등재에 대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내용. 서동용 의원실 제공

더욱이 A씨는 논문 발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는 앞서 "(A씨가) 김씨 논문을 단순 정리해 저자에 포함됐지만, 이는 저자가 될 정도의 기여라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 저자 표시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강 의원은 이에 "나 전 의원 아들의 학술대회 제1저자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서울대 교수가 국가 연구과제 연구비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며 "사적인 관계를 이용해 서울대를 입시 컨설턴트로 전락시킨 나 전 원내대표와 입시 컨설팅에 가담한 교수들은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앞서 아들 논문 대리 발표 논란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정상 학회 참석이 어려운 관계로 공동 연구진 중 1인이 대신 연구 성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주저자 참석이 어려울 경우 보조저자가 참석하는 것은 전혀 드물이 않다. 이게 도대체 어째서 특혜냐"고 반박했다. A씨가 부당 저자로 지목된 데 대해선 "당시 지도교수인 윤 교수가 내 아들 연구 결과의 모든 책임자"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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