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저녁 다 비워둬!" 코로나에 억눌렸던 회식본능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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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저녁 다 비워둬!" 코로나에 억눌렸던 회식본능 '꿈틀'

입력
2020.10.23 16:07
수정
2020.10.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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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회사 잇단 회식ㆍ번개... 젊은 직원들 불만
코로나 이후 아예 회식 사라진 곳도 있어 '대비'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지난 12일 서울 홍대 인근 유흥가에 시민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튿날부터 '줄회식'이 잡혔어요. 2단계 시절, 저녁이 있는 삶이 그리울 지경이에요."

경기 수원시 전자기업에 다니는 A(28)씨는 요즘 갑자기 늘어난 회식에 불려 다니느라 바쁘다. A씨의 회사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뒤 2주 동안 주당 서너 차례 회식을 소화했다. 부서장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못 모였으니 단합을 해야 하고, 법인카드도 소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부서 저녁 약속이 잇달아 잡혔다. 그 바람에 A씨는 노래방, 실내야구장, PC방, 볼링장 등을 온갖 곳을 번갈아 다녀야 했다. A씨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이 정도로 회식이 많지는 않았다"며 "부서 막내라 거절하기도 어렵다"고 푸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며 움츠렸던 직장 회식문화도 다시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직장인 밀집 지역의 주류점 경기전망지수는 54.55로, 3분기(50.00)보다 소폭 오를 전망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보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100보다 낮으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아직 예년보다는 전망이 나쁘지만, 거리두기 완화 영향으로 회식 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유흥 욕구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나온 '보복성 회식'에 시달리게 된 젊은 직원들은 울상을 짓는다. 경기 성남시 한 정보통신 기업에 근무하는 김모(29)씨는 "거리두기 2단계 기간 동안엔 회식이 없어서 저녁에 자기 계발에 쓸 시간이 많았다"며 "그런데 최근 주마다 두세 차례씩 회식이나 예고 없던 '번개 저녁'이 잡히니 생활 패턴이 다시 망가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모(33)씨는 "지난주 부서장과 팀원 11명이 모였는데 부서장이 술잔 2개만으로 맥주를 돌려 마시게 했다"며 "코로나가 종식된 것도 아닌데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직원들이 한 데 모이는 약속을 경계하는 곳도 적지 않다. 더 나아가 코로나를 계기로 아예 회식 문화가 사라져 가는 회사들도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금융회사 직원 강모(29)씨는 "회사에 확진자가 나온 뒤부터 모든 임직원이 회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기 의정부의 한 은행 지점장 우모(41)씨도 "직원들과의 소통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고 저녁은 각자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 회식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지난해에는 관련 고충을 따로 조사해야 할 정도로 직장인들에게 회식이 큰 문제였지만, 올해는 관련 상담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여부를 떠나 회식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자발적인 참여자만 회식을 하는 문화로 점차 변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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