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중국 드라마에 조선의 갓과 망건이 왜 나와 ... '한복공정' 논란

알림

중국 드라마에 조선의 갓과 망건이 왜 나와 ... '한복공정' 논란

입력
2020.10.17 09:30
0 0
포털사이트 한 카페에 올라온 중국의 '한복 뺏기'를 지적하는 게시글(위 사진)과 트위터에 올라온 비슷한 내용의 글. 트위터 캡처

포털사이트 한 카페에 올라온 중국의 '한복 뺏기'를 지적하는 게시글(위 사진)과 트위터에 올라온 비슷한 내용의 글. 트위터 캡처


“중국의 한복 뺏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 동북공정 아닌가요?”

어느 포털의 한 카페에 올라온 글. 중국 드라마가 우리 전통 복식인 한복을 베껴다 쓰고 있다는 지적한 것이다. 트위터 등 SNS나 대형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줄이었다. 정말 중국 드라마가 한복(韓服)을 베낀 것인지, 전통복식 연구자와 함께 짚어봤다.


중국 드라마에 등장한 조선스타일 망건과 갓

중국 드라마 '성화14년' 스틸컷. 주연배우가 망건을 쓰고 있다.

중국 드라마 '성화14년' 스틸컷. 주연배우가 망건을 쓰고 있다.


18세기 조성된 의원군 이혁 일가 묘에서 출토된 망건(왼쪽 사진)은 머리를 완전 감싸는 명나라 방식에 가깝다. 반면 조선시대 널리 쓰인 보통 망건(오른쪽)은 이마에만 두르는 방식이다. 문화재청 제공

18세기 조성된 의원군 이혁 일가 묘에서 출토된 망건(왼쪽 사진)은 머리를 완전 감싸는 명나라 방식에 가깝다. 반면 조선시대 널리 쓰인 보통 망건(오른쪽)은 이마에만 두르는 방식이다. 문화재청 제공


입길에 오른 중국 드라마는 청룽이 제작에 참여했다 해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성화14년(成化十四年)’. 명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는 유독 우리 전통 복식 형태와 꼭 닮은 망건, 갓이 도드라져 보인다.

한 전통 복식 연구자는 "조선의 망건은 폭이 좁아 이마만 두르는 대신, 명나라 망건은 폭이 넓어 정수리까지 올라오고 형태도 입체적"이라면서 "드라마 속 망건은 조선시대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중국 드라마 '성화14년' 스틸컷. 주연배우가 갓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있다.

중국 드라마 '성화14년' 스틸컷. 주연배우가 갓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있다.


왼쪽 사진은 명나라에서 쓰였던 갓과 비슷한 대모(大帽)로 조선시대 갓(오른쪽)과 확연히 구분된다.

왼쪽 사진은 명나라에서 쓰였던 갓과 비슷한 대모(大帽)로 조선시대 갓(오른쪽)과 확연히 구분된다.


갓도 그렇다. 명나라에다 갓과 비슷한 챙이 있는 모자를 썼지만, 말총을 이용해 반투명으로 짜고 모자 윗부분과 챙을 완벽하게 구분지은 형태는 전형적인 조선 후기 갓의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단순 고증 오류일 가능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이걸 '한복을 베꼈다'라고 몰아부치기는 어렵다. ‘성화14년’의 등장인물들이 조선 스타일의 망건과 갓을 쓰고 있지만, 머리카락은 정수리에 묶은 뒤 이마 쪽으로 늘어뜨렸다. 이건 명나라, 조선 어디에서도 하지 않던 방식이다. 망건과 갓도 조선시대 스타일이라곤 하지만, 이마 장식이나 갓끈의 형태 등 디테일에선 차이가 난다.


중국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 중 한 장면. 배우가 한복과 비슷한 저고리를 착용하고 있다.

중국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 중 한 장면. 배우가 한복과 비슷한 저고리를 착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도적인 베끼기라기보다는 화면에 예쁘게 비치는 것을 우선시하다보니 생긴, 의도치 않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도 2017년 방영되면 큰 인기를 누렸던 중국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는 특정 시대 배경이 없는 무협 판타지였는데, 여기 등장하는 시녀들이 조선시대 복장으로 나와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그저 차용했을 뿐"이란 평가가 대세였다.


중국 드라마 '소주차만행' 중 한 장면. 뒤로 보이는 시녀들이 한복과 비슷한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

중국 드라마 '소주차만행' 중 한 장면. 뒤로 보이는 시녀들이 한복과 비슷한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


올해 방영된 ‘소주차만행(少主且慢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재연됐다. 역시 배경은 명나라다. 드라마 속 주요인물들은 한푸(漢服ㆍ중국 한족 전통 의상)에 가까운 옷을, 시녀들은 한복에 가까운 옷을 입고 나왔다. 하지만 그 때도 평가는 "두 복장 모두 제대로 된 한푸와 한복은 아니다"였다.



티격태격 한중 네티즌

중국 드라마 속 고증 오류를 지적하는 게시글에 달린 네티즌의 댓글. 인스티즈 캡처

중국 드라마 속 고증 오류를 지적하는 게시글에 달린 네티즌의 댓글. 인스티즈 캡처


하지만 한중 네티즌들은 이걸 가지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네티즌들은 “조선인으로 위장한 설정인 줄 알았다”, “시녀에게만 한복 입히는 게 음침하다”, “이젠 전통 복식까지 뺏어 가냐” 등 날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 네티즌들은 "너무 한국의 전통 복장 같아서 깜짝 놀랐다”거나 “원래 한국은 중국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드라마 '성화14'년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 웨이보 캡처

중국 드라마 '성화14'년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 웨이보 캡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과도한 반응이란 설명이다. 한 전통 의상 전문가는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고증 부족으로 의도치 않게, 혹은 연출 효과 등을 감안해 의도적으로 전통복식과 다른 옷을 등장시킨 경우가 있지 않느냐"며 "중국 드라마도 큰 문제가 있기 보다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단비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