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일주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은 지난 5월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찾은 후 이번이 5개월 만이었다. 이 부회장의 다음 행선지는 베트남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동안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극자외선(EUV) 노광기 추가 확보와 관련해 경영진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장을 시작으로 이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경영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다음 해외 출장지가 어디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의 다음 해외 출장지로는 베트남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후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다음 출장은 아직 안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지만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이 부회장이 이달 말 하노이와 호치민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이 이미 베트남에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하노이를 방문해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에 참석하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에 방문해 현지 삼성전자 공장을 둘러보고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이 부회장의 다음 행선지로 꼽히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와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기업이 많은 곳이다. 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무비자 입국이 금지됐었는데 지난 8일부터 기업인 특별입국절차 시행에 합의하면서 7개월여 만에 왕래를 재개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만나 기업인 입국 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가 재개되면서 그 동안 중단된 삼성전자의 추가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9조원에 사들인 이후 ‘빅딜’이 사라졌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해외 기업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면서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M&A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이달부터 줄줄이 소송이 예고된 터라 사법리스크에 따른 일정 제한이 변수다. 이 부회장은 이달 22일과 26일에 각각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잡히고, 다음 달부터 두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재판 일정을 고려해 현장 경영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럽 출장이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의 재개를 알리는 출장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코로나19와 사법리스크에 따른 재판 일정 등으로 운신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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