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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이라던 신림동 아파트 화재, 계획적 방화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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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울증' 이라던 신림동 아파트 화재, 계획적 방화 정황

입력
2020.10.15 14:18
수정
2020.10.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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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변명과 다른 모습 CCTV서 발견
명도소송ㆍ마약신고 둘러싸고 보복 가능성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A(50)씨의 모습. 불을 지른 직후 자신의 방에서 연기를 빼려는 모습이 보인다. 우태경 기자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A(50)씨의 모습. 불을 지른 직후 자신의 방에서 연기를 빼려는 모습이 보인다. 우태경 기자


이달 11일 서울 관악구에서 50대 남성이 자기 처지를 비관하며 아파트에 불을 낸 사건이 있었다. 당시 우울증을 앓던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끝에 고의적으로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11일 관악구 신림동 주상복합아파트 7층 집에 불을 지른 A(50)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11일 오후 4시 55분쯤 자기 집 안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지만, 스프링클러가 즉시 작동해 다행히 화재는 크게 번지지 않았다.

사건 당시 A씨가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도가 나왔지만, 화재 전후 A씨의 행적을 살펴볼 때 고의적 방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아파트 복도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씨는 자기 방에 불을 지른 직후 바로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고 약 3분간 연기를 빼려는 행동을 했다. 자기 신변을 비관해 생명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집에 불을 지르기 1시간 전 아파트 입구 CCTV를 보면, A씨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맡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강아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화재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웃 주민들도 평소 A씨의 행적으로 미뤄 계획적 방화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 아파트 주민은 “A씨는 아파트 시공업체 용역 직원을 가장한 폭력조직원으로 시공업체의 임금 미납을 이유로 6년째 아파트를 무단 점거했다”며 “최근 A씨를 내보내는 명도소송이 완료돼 이번 주까지 아파트를 나가야 해 보복 심리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는 수년째 용역세력의 점거 탓에,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입주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분쟁이 심했다. 최근 시행사가 용역들에게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일단락했고, 이후 A씨는 집을 비워 달라는 명도집행 계고장을 받았다. 그 동안 A씨는 분양을 받은 다른 주민들에게 수차례 위협을 가했고, 최근에도 주민들에게 욕설 및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방화 현장 모습. 우태경 기자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방화 현장 모습. 우태경 기자

A씨가 방화 당시 약물을 흡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현장에서 소량의 백색가루가 발견돼 감정 의뢰를 맡겨 둔 상태”라고 밝혔다. A씨는 6월에도 자신의 집에서 다량의 마약 주사기를 소지한 것이 발견돼 이미 불구속 기소된 상태이고, 수년 전에는 마약 관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이 아파트의 수분양자협의회 관계자는 "A씨는 평소 이웃 주민들이 자신의 마약 혐의를 신고했다고 생각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이번 방화도 우울증이 아닌 보복행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방화 동기 등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에서 A씨에 대한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면서 “추가 조사가 완료되면 검찰에 피의자를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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