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반려견, 볏짚 놀이터서 긴장 풀고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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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반려견, 볏짚 놀이터서 긴장 풀고 '멍멍'

입력
2020.10.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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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 가보니]
적록색맹 개들 위해 파랑·노랑으로 전시장 꾸며
실내가구, 야외 집 등 개 눈높이 맞춘 전시 눈길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장 안에서 상영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산책'.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카메라에 담긴 공원산책 풍경을 2채널 비디오로 담았다. 고은경 기자

9일 오후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MMCA) 지하 3층 주차장. 신이 난 골든 리트리버 종 반려견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때면 미술관 주차장에 웬 개인가 싶었겠지만 이날은 이유가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준비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예약 당시 사전 안내에 따라 반려견 동반 관람객은 차량을 이용할 경우 지하 3층에 주차할 수 있었다. 반려견 가락(6세∙수컷)과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주차장부터 미술관 출입구까지 안내 표지판을 따라 이동하면 됐기 때문에 전시장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안내요원이 다른 관람객에게 "개가 타고 있는데 같이 타겠냐"고 확인을 했다. 소형견의 경우 이동장을 사용하고 대형견의 경우는 목줄을 짧게 잡고 두 다리로 감싸서 탑승하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이동장을 가져오는 걸 깜빡해서 가락이를 안고 탔지만 다행히 다른 사람들의 불만은 없었다.

김용관의 작품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미술관이 처음으로 개에게 문을 열고, 개를 위한 전시를 열었다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됐지만 자세한 전시 내용은 알지 못한 채 방문했다. 가장 먼저 미술관 중정(中庭) 잔디밭으로 가니 미로처럼 꾸며놓은 마른 볏짚들이 있었다. 실내로 들어가기 전 반려견이 배변도 하고 긴장도 푸는 데 도움이 됐다. 볏짚 옆에는 조각가 김용관의 작품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반려견에게는 그저 냄새를 맡으며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놀이터였다.

멍멍씨(Mr.Dog)와 인간과 대화를 담은 데이비드 슈글리의 ‘안녕’ 이 상영되고 있지만 가락이는 바닥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은경 기자

실내 전시장으로 이동하니 바닥과 스크린 속 영상은 파란색과 노란색뿐이었다. 적록색맹인 개들이 볼 수 있는 색으로 꾸몄다고 한다. 개들이 "여기는 더 잘 보이네"라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가 권도연이 잡히는 대로 안락사 당하는 북한산 들개들을 조명한 작품 '북한산'을 비롯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카메라에 담긴 공원산책 풍경을 2채널 비디오로 담은 '보이지 않는 산책', 멍멍씨(Mr.Dog)와 인간의 대화를 담은 데이비드 슈글리의 '안녕' 등의 작품이 있었지만 역시 가락이는 관심이 없었다.

정연두 작가의 조각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뉴스1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개사료로 만든 정연두 작가의 조각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이었다.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알래스카의 눈 폭풍을 뚫고 달려 면역 혈청을 전달한 개들이었다고 하는데, 개사료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개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였는지 역시 개들은 큰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스크린에 늑대 영상이 나오는 데멜자 코이의 영상작품 ‘늑대들'. 고은경 기자

회차 당 네 팀씩만 예약을 받아서인지 관람을 하는 동안 다른 관람객이나 반려견에게 방해 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실내외 전시됐던 가구나 집의 높이가 모두 개의 눈 높이에 맞춰져 있었던 점도 흥미로웠다.


미술관 관람온 반려견들. 고은경 기자

국내외 작가 작품 25점, 영화 3편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개의 속도에 맞춰 돌다 보니 관람은 30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났다. 또 사람 관람객을 위해 작품 관련 정보나 설명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에 전시된 작품에서 가락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 반려견과 미술관을 함께 들어가 볼 수 있었던 점은 신선했고 진행요원들도 개들에게 친절했다. 무료라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데 이미 예약은 끝난 상황이다. 직접 가지 못해 아쉽지만 내부를 보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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