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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버림 받은 기분" 투병 중 국감장 선 소방관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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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버림 받은 기분" 투병 중 국감장 선 소방관의 한탄

입력
2020.10.13 14:34
수정
2020.10.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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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국감

지난 8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울산시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내부 모습. 울산=연합뉴스

지난 8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울산시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내부 모습. 울산=연합뉴스


13일 국회에서 열린 소방청 국정감사에선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대형 화재를 계기로 소방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지적이 쏟아졌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010년 부산 운신골든스위트ㆍ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에 이어 또 고층 건물에서 가연성 외벽 마감재로 불길이 커진 사고가 발생하자 건축 자재의 화재 안전성 강화 필요성을 잇달아 제기했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복되는 유형의 사고로 여러 부처에서 그간 대책을 내놨는데도 이번에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가연성 외부마감재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경제성의 논리가 아닌 화재 안전성의 논리로 건축자재 성능 기준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3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일 경우 가연성 자재 사용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은 "울산 주상복합 화재는 개방공간인 15층이 재난 안전구역 역할을 했는데, 이곳의 가연성 마감재 때문에 불이 커져서 불길이 위층으로 급속도로 번졌다"며 가연성 마감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문호(오른쪽) 소방청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문호(오른쪽) 소방청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화재가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의 소방특별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질책도 나왔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문 점검업체에서 매년 2회 하는 종합 정밀점검은 내실이 있는데, 소방공무원이 직접 한 소방특별조사는 '방화문 닫힘 상태 확인', '노후 소화기 교체 지시' 식으로 너무도 형식적"이라며 "올해 소방특별조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안 했는데, 코로나19와 소방특별조사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지난 8일 불이 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는 전문 업체가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연 2회 시행한 소방 점검에서 매번 30∼40여 건에 이르는 불량 사항을 지적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의원들은 서울 등 7개 시도에 10대밖에 없는 70m 고가사다리 확충 등 소방 장비 확보를 정문호 소방청장에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정 청장은 "건축자재 화재 안전 기준을 강화할 수 있게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건축법 등 법률 개정을 협의하겠다"며 "소방특별조사도 제대로 이뤄지도록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선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도 잇따랐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진압 때 소방관들이 건물 밖에서 누워 휴식을 취하는 사진을 보여준 뒤 "소방관 회복 차량이 전국에 3대로 매우 미비한 상황"이라며 "회복 차량을 확충하고 운영 규정을 잘 만들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울산 화재 현장엔 진화 작업에 동원된 소방관을 위한 회복 차량이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감장엔 혈관육종암으로 투병 중인 김영국 소방관이 나와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흡입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공무상 재해 입증을 쉬 받을 수 없어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소방관 개인이 공상 입증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고단한 현실에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씨는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참고인 신청으로 이날 국감에 참석했다.

김씨는 지난달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공무상 요양에 들어갔지만, 그 외 많은 소방관은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 희귀 질환에 걸리더라도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 공무상 요양 신청을 기각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 의원은 "소방관이 재해를 입으면 재해 입증을 국가가 해주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공상을 인정받은 소방관 총 30명 중 23명이 개인 후원이나 기업지원금으로 입증 절차를 밟았다"고 지적했다.

정 청장은 "2024년 개원 목표인 소방병원이 설치되면 임용부터 퇴직까지 소방관들의 건강관리 데이터와 유해물질 노출 정도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면서도 "국가가 공상 입증의 책임을 지는 공상추정법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지난 4월 국가직으로 전환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국가직 체계전환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소방공무원의 신분과 인사, 지휘와 통솔권 등이 여전히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는 등 관련 제도가 정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소방공무원의 복지혜택이 지역별로 차등 지원되는 등 무늬만 국가직"이라고 꼬집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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