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읽어 봤습니까.”(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제가 안 읽어 봤겠습니까?”(이수혁 주미대사)
‘외교부 선후배’가 맞붙었다.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다. 이 대사(71ㆍ외무고시 9회)와 조 의원(64ㆍ14회)은 '그냥' 선후배가 아니다. 외교부 미국 라인이라 오랫 동안 호흡을 맞췄다. 2004년 북핵 관련 2차 6자회담부터 한국 대표단의 수석대표와 차석대표를 맡은 '북핵 협상 투톱'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협상장 안팎에서 나란히 걷는 보도 사진은 언론사 아카이브에 수없이 남아 있다.
정치권 입문하면서 길이 가렸다. 이 대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보,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외교부 차관을 거쳐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에 당선됐다.
국감장에서 ‘한 때의 선후배’는 없었다.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의한 '종전선언'을 놓고 충돌했다. 이 대사는 “미국은 북한만 동의한다면 (종전선언에)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하자, 조 의원이 캐묻기 시작했다.
“비핵화 진전이 담보되지 않아도 미국이 종전선언을 지지하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 이 대사는 “왜 가정해서 이야기를 하느냐"며 "(비핵화는) 결과적으로 따라 나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대사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은 채 조 의원의 질의를 끊으려 했다. 이에 조 의원은 “(질의ㆍ응답) 시간은 제가 컨트롤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사의 태도에 대해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 주의를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경전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미 하원의 종전선언 결의안 초안을 읽어봤느냐”는 조 의원의 질문에 이 대사는 “(제가) 안 읽어 봤겠느냐”고 쏘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자, 송 위원장이 나섰다. 송 위원장은 “외교부 선배와 후배 간의 대화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질의 드리는 것이니, 논쟁적으로 가지 말라”고 이 대사에게 주의를 줬다. 이 대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주미대사한테 (종전선언 결의안 초안을) 읽어보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게 예의가 아니다”고 거듭 공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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