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빅4' 등 IT 대기업들 대상 살생부 준비"
반독점법 실효성 미미... 사업관행 변경 유도
위반시 기업 해체ㆍ자회사 매각 등도 추진
美-EU 간 무역 분쟁 격화하는 계기 될 수도
유럽연합(EU)이 페이스북ㆍ애플ㆍ아마존ㆍ구글 등 정보기술(IT) 분야 '빅4'를 겨냥해 강화된 반독점 규제책을 준비 중이다. 이들 공룡기업을 포함해 최대 20개 인터넷 대기업이 대상이다.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에 기업 해체와 자회사 매각 요구도 들어 있어 벌써부터 '살생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EU 규제당국이 IT 대기업을 특별 대상 기업으로 지정해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선정된 기업들은 소규모 경쟁업체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며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었는지 등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대상 기업 목록은 매출에 따른 시장 점유율과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만큼 구글ㆍ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공룡기업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EU 규제당국은 이 같은 방안을 통해 IT 대기업들이 사업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독점금지법을 적용하던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실제 그동안 이들 기업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반독점행위 등을 조사해 왔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데 비해 일선 산업현장에서 나타나는 효과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FT는 "EU는 반독점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 해체나 자회사 매각까지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이와 함께 20년 만에 처음으로 역내 인터넷 규정 전면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12월 초 공개될 예정인 디지털서비스법(DSA) 초안은 불법 콘텐츠나 상품 유통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의 감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IT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의 고삐를 조이는 건 EU 당국뿐만이 아니다. 영국은 경쟁시장청(CMA)을 통해 시장 독점 우려가 있는 디지털 합병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최근 IT 빅4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다만 EU의 이번 조치가 미국과 EU 간 무역 분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실리콘밸리 빅4가 1차 타깃이 될 거란 점에서다. 에어버스가 유럽 당국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 이후 미국은 75억달러(약 8조6,000억원) 상당의 유럽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EU는 "미국이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추가 부담금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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