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태아 세포 활용하면 비윤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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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태아 세포 활용하면 비윤리적?

입력
2020.10.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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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체 치료제(REGN-COV2) 치료를 받은 뒤 이를 연일 극찬했다. 하지만 이 항체 치료제에 낙태한 태아의 콩팥 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6월 생명 존엄성을 이유로 태아의 세포 조직을 사용하는 의료 연구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한 리제네론사는 지난해 6월 이전에 항체 치료제에 쓰인 태아의 콩팥 세포가 확립된 것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항체 치료제는 1973년 네덜란드에서 낙태된 태아의 콩팥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주(HEK 293T 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이 세포주는 바이러스를 중화(中和)해 항체 후보 물질의 효능 검사에 쓰였다. 리제네론사는 이 세포주가 항체 치료제를 구성하는 가장 좋은 항체를 선별하기 위해 사용됐을 뿐 항체 치료제에는 태아의 콩팥 조직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여 받은 항바이러스 약물인 렘데시비르도 HEK 293T 세포로 실험을 했다.

이처럼 태아의 세포 조직이 각종 치료제에 쓰이는 것이 비윤리적인 데다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아의 세포 조직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비윤리적이고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까.

사실 HEK 293T 세포는 수십 년 전부터 연구실에서 각종 연구와 제약 개발에서 복제ㆍ변형돼 가장 흔히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바이오 치료 단백질은 태아의 세포 조직처럼 포유류의 단백질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 연구ㆍ개발에 쓰이는 단백질은 원래 동물 세포주가 이용됐지만 이제는 인간 세포주를 이용한다. 인간 세포주가 훨씬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 주자인 모더나, 옥스퍼드대ㆍ아스트라제네카, 칸시노 바이오로직스ㆍ베이징생명공학 연구소, 이노비오제약 등에서는 태아의 콩팥 세포주(HEK 293T)를 사용한다. 또한 존슨앤존슨에서도 1985년 네덜란드에서 19주에 낙태된 아이의 망막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주(PER.C6)를 쓰고 있다.

다행히 1970~80년대 만들어진 HEK 293T 세포 등 태아 세포주가 지금도 계속 쓰이기에 새로운 태아 조직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태아 세포를 남용하거나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연구ㆍ개발은 철저히 통제돼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도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보다 배아 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가 훨씬 효능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돼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제 개발이 주로 이루고 있다.

배아 줄기세포를 사용할 때도 되도록 하나의 세포주로 더 많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여러 태아 조직을 이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 시험에 태아 조직이 많이 사용되므로 아무리 효능이 뛰어나도 윤리적인 문제를 피하긴 어렵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태아 신경세포로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중뇌 유래 신경전구세포가 개발 중이다.

인간 세포주를 바이오 의약품에 사용함에 따라 생기는 윤리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난치병 치료제가 빨리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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