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이 꼭 101경기째를 소화했다. KBO리그 역대 최장 기간 임시 지휘봉을 잡아 다사다난했던 시즌도 어느새 종착역이 눈앞이다.
한화는 지난 11일 키움전 승리로 불명예 기록에 대한 부담을 떨쳤다. 시즌 43승(2무86패)째를 수확해 남은 13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99패까지다. 시즌 내내 따라다녔던 사상 첫 '100패 위기론'에서 벗어났다. 시즌 2할대 승률을 저지한 마지노선도 43승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과 싸움'이 아닌, 1경기 차로 따라붙은 9위 SK와 탈꼴찌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 대행은 12일 전화 통화에서 "부임 초반엔 경기를 어떻게 치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 없이 흘러갔다"면서 "나도 감독대행을 처음 맡아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임해준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지난 6월 8일 한용덕 감독이 퇴진하고 당시 2군 감독이던 최 대행은 구단의 승격 통보에 담담히 응했다. 하지만 막상 1군 현장에 침투해 피부로 느낀 싸늘한 기운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한화를 둘러싼 관심사는 온통 1985년 삼미의 18연패 기록을 넘어서느냐였다. 극적으로 타이 기록에서 멈춰서며 불명예 신기록은 피했다. 최 대행은 "사실 18연패나 19연패, 99패나 100패는 매일 경기하는 입장에선 다를 것 없다. 하지만 구단도 선수도 불명예 기록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떠올렸다. 부임 직후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는 파격적인 엔트리 변경을 단행했다가 재조정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19연패 위기에서 벗어난 뒤에도 악전고투는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1.5군' 수준이 됐는데도 오히려 지난달 15일부터 최근 25경기에서 14승 11패(0.560)로 급반등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최 대행은 "많은 경기를 뛴 선수들이 이제 안정적으로 플레이 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마운드엔 강재민 윤대경 김진영, 야수진엔 노시환 임종찬 최인호 등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그는 "베테랑과 유망주들의 기량 차가 비슷하면 유망주에게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팀의 미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없는 살림'으로 적재적소의 용병술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론 전문가'로 정평이 난 최 대행이기에 데이터에 기반한 야구만 추구할 것 같지만 그는 "야수의 경우 상대 투수와 전적보다 최근 자기 자신의 컨디션이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더라"면서 "경기를 치르면서 나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13경기를 치르고 나면 최 대행의 거취도 정해진다. 10년간 소득 없이 순위권 바닥만 전전한 한화의 미래를 제시한 최 대행도 정식 감독 후보 중 한 명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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