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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 아동친화 놀이터 기부했다는데 정작 어린이 그림자도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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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 아동친화 놀이터 기부했다는데 정작 어린이 그림자도 안 보여

입력
2020.10.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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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지난해 7월 꿈담놀이터 준공해 구미시에 기부
접근성 부족으로 시민 외면, 생색내기 기부 논란

한국수자원공사가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에 조성해 구미시에 기부한 아동친화놀이터 '꿈을 담은 놀이터' 박용기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에 조성해 구미시에 기부한 아동친화놀이터 '꿈을 담은 놀이터' 박용기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7월 준공해 구미시에 기부한 꿈을 담은 놀이터(꿈담놀이터)공원이 접근성 부족으로 인한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경북 첫 아동친화 놀이터라고 홍보하면서 일반 어린이공원 조성 예산의 3배나 투입된 공원이 방치되면서 생색내기 기부에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구미 꿈담놀이터로 가는 도로가 막혀 있다. 박용기기자

구미 꿈담놀이터로 가는 도로가 막혀 있다. 박용기기자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 꿈담놀이터공원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대규모 상가와 아파트 단지를 지나 외진 산으로 이어진 도로는 막혀있었고, 주위를 한참이나 돌고나서야 공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들은 이 놀이터에 가려면 큰길을 건너야 했고, 부모가 차량으로 태워와도 주차장이 없는 탓에 길가에 불법주차를 해야 했다. 인적이 드문 이곳은 대형트럭이 단골로 주차하고 있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놀이터에는 당연히 어린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구미 꿈담놀이터 미끄럼틀이 찌든 때로 얼룩져 있다. 박용기 기자

구미 꿈담놀이터 미끄럼틀이 찌든 때로 얼룩져 있다. 박용기 기자


놀이 시설 역시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미끄럼틀은 찌든 때로 얼룩졌고 친환경 공원을 한다며 곳곳에 깔아 놓은 모래도 메말라 굳어져 있었다. 잔디공원 역시 잡초가 가득했다.

심지어 어린이 물놀이를 위한 ‘구불구불 물놀이 길’은 준공 1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물이 흐르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구미 꿈담놀이터의 구불구불 물놀이길 시작지점이 메말라 있다. 지난해 7월 준공후 한번도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박용기 기자

구미 꿈담놀이터의 구불구불 물놀이길 시작지점이 메말라 있다. 지난해 7월 준공후 한번도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박용기 기자


인근 아파트 주민 A 씨는 “아동 친화 놀이터가 조성된 것조차 알지 못했다”며 “꿈담놀이터 상태를 보니 아파트 안 놀이터가 더 좋다"고 말했다.

일반 어린이공원의 3배 가까운 조성비용도 의문이다. 구미시에 따르면 시에서 조성하는 어린이공원 평균 조성비용은 평균 3억원이지만, 4,000㎡ 규모의 꿈담놀이터에는 8억6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꿈담놀이터에 설치된 시설물. 박용기 기자

꿈담놀이터에 설치된 시설물. 박용기 기자


접근성도 떨어지고 시설도 일반 어린이공원과 별다르지 않은 놀이터에 ‘아동 친화’라는 포장이 더해지면서 3배 가까운 공사비가 든 것이다. 꿈담놀이터에 있는 시설은 미끄럼틀, 토끼굴, 물결테크, 모래캐스케이드, 하늘통과 놀이대, 아슬아슬 통나무, 그림벽, 구구불구불 물놀이길, 잔디마당, 나뭇잎 파고라, 화장실 등이다.

꿈담놀이터는 4공단 확장단지 조성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가 토지개발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구미시에 기부한 공원 시설로, 관리는 시가 맡고 있다.

윤종호 구미시 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공단 용지의 일정 부분을 공원으로 기부한다는 취지로 기부했으나 아동친화 놀이터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아직 주변 개발이 끝나지 않은데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공원 시설을 가동하지 못했다"며 "기부받은 놀이터 활용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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