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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후 자주 생기는 림프부종, 문합술ㆍ전이술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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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후 자주 생기는 림프부종, 문합술ㆍ전이술로 극복”

입력
2020.10.06 04: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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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듣는다]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암 수술 후 자주 생기는 림프부종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많은데 림프관 정맥 문합술과 혈관성 림프관 전이술 등으로 통해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암 수술 후 자주 생기는 림프부종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많은데 림프관 정맥 문합술과 혈관성 림프관 전이술 등으로 통해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림프부종은 조직 속 림프액이 혈관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팔이나 다리가 붓는 병이다. 통증ㆍ이상 감각 등과 함께 팔다리가 비대해지고 감염이 반복된다. 림프부종이 생기면 신체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감, 자신감 저하, 대인기피증 등 정신건강 문제까지 생겨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림프부종이 악화하면 림프액 정체로 인해 부은 팔이나 다리에 염증이 생기고 온몸에 감염돼 패혈증이 생기기도 한다.

‘림프부종 치료 전문가’인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차기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를 만났다. 윤 교수는 “림프부종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2,000만명, 국내에서도 3만여명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림프부종은 림프관 정맥 문합술과 혈관성 림프관 전이술 등으로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2018년 11월 ‘림프부종 클리닉’을 개설해 일반외과ㆍ산부인과ㆍ재활의학과 등 다학제로 림프부종 진단에서 수술ㆍ재활 치료까지 원스톱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림프부종이 왜 생기나.

“혈관과 나란히 온몸을 순환하는 림프관은 노폐물이 흘러가는 통로다. 정거장 역할을 하는 림프절이 겨드랑이와 골반, 서혜부(사타구니)에 있으면서 우리 몸에서 생기는 노폐물을 청소해 주고 면역 기능도 담당한다.

림프액이 흐르는 림프관이 망가지면 팔ㆍ다리 등에 림프액이 고여 퉁퉁 붓는다. 복부ㆍ목ㆍ머리ㆍ얼굴ㆍ눈 등에도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림프부종이라고 한다. 림프부종은 선천적으로 림프관이 발달하지 못했거나 수술ㆍ외상 등과 같은 후천적인 이유로도 생긴다.

보통 유방암 등 여성암 수술로 림프관을 잘라 내면서 20~30% 정도에서 후유증으로 발생한다. 유방암은 겨드랑이 부위에 림프관을 절제하기 때문에 팔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자궁내막암이나 자궁경부암 등은 서혜부 림프관을 잘라 내기에 다리에 부종이 생긴다.”

-유방암 수술 후 림프부종이 많이 생기는데.

“유방암 수술을 할 때 환자에게 감시 림프절 검사를 시행한다. 암이 유방에만 국한됐는지 아니면 림프절까지 전이됐는지 확인하게 위해서다. 만일 림프절까지 전이됐으면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郭淸術)’로 가슴에서 나오는 겨드랑이의 림프관과 림프절을 없앤다. 이때 온전히 가슴에서만 나오는 림프절만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다. 이 때문에 일부 팔에서 올라오는 림프절이 손상되면서 림프부종이 40% 정도 생긴다. 또한 수술 후 진행되는 항암 방사선 치료도 림프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다.”

-림프부종을 예방할 방법은 없나.

“림프부종 증상이 심하면 팔이 붓고 딱딱해지며 종종 통증을 동반해 봉와직염(진피와 피하 조직에 나타나는 급성 세균 감염증. A군 용혈성 사슬알균이나 황색 포도알균이 침범해 홍반ㆍ열감ㆍ부종ㆍ통증이 나타난다)도 1년에 수십 번까지 생길 수 있다.

림프부종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비수술적 혹은 약물요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 따라서 림프부종이 생기기 전에 수술로 예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림프부종을 예방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고, 병이 나타나면 환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너무 크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방적 수술로는 정체된 림프가 순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림프관 정맥 문합술(Lymphatico-Venular anastomosis)’이 주로 시행된다.”

-림프부종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하나.

“림프부종이 생기면 림프액 배출을 돕는 물리치료를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를 1년 이상 시행해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선택적으로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재활 치료를 해도 회복되지 않는 심한 림프부종일 때 손상된 림프관을 정맥에 이어 림프액 순환을 돕는 ‘림프관 정맥 문합술’이나 다른 부위의 정상 림프절을 유리피판(遊離皮瓣ㆍ피부 조직 전체) 형태로 떼 내 림프부종이 생긴 팔ㆍ다리에 옮기는 ‘혈관성 림프절 전이술(VLNT)’을 시행한다. 혈관성 림프절 전이술은 0.3~0.6㎜ 정도의 림프관을 다뤄야 하는 고난도 미세수술 술기(術技)와 림프관 조영 장비를 함께 갖춰야 하므로 국내에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림프부종 클리닉은 기존 림프관 정맥 문합술과 쇄골상 림프절을 유리피판 형태로 림프부종이 있는 곳에 옮겨 심는 쇄골상 혈관성 림프절 전이술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혈관성 림프절 전이술은 국내 다른 병원에서는 대부분 서혜부나 겨드랑이의 림프절을 옮겨 심고 있다) 쇄골상 혈관성 림프절 전이술은 201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래 세계적으로 소수의 센터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다른 방법보다 림프절을 떼내는 부위에서의 2차적인 림프부종이나 감염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적고 흉터도 적어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물론 매우 어려운 수술이기에 아직 국내에서는 보편화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수술을 접목해 동시에 시행하면 기존 치료법의 미흡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어 더 좋은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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