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추석]내가 만든 귀하디 귀한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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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추석]내가 만든 귀하디 귀한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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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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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올해는 유례 없는 '비대면 추석'이다. 집에서 입맛과 취향대로 떡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훌륭한 한끼 식사는 물론이고, 소소한 성취감과 따뜻한 나눔의 정도 느낄 수 있다. 모락모락 테이블 제공


“옛 조상들이 떡에 후춧가루를 넣은 이유가 뭘까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일주일 남짓 앞둔 23일 서울 천호동 ‘모락모락 테이블’ 떡 공방에서 장여진 대표가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날 수업 주제는 두텁떡과 대추단자, 그리고 약식이었다. 두텁떡을 만들던 손들이 일제히 멈추고 장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조선시대 때는 후추라는 향신료가 굉장히 귀했어요. 떡의 맛이나 향을 위해서라기보다 임금님 생신상에 올릴 만큼 귀한 떡이었던 두텁떡에 일부러 귀한 향신료를 넣은 게 아닐까요. 지금은 흔하디 흔한 후추는 빼도 좋습니다.”

우리 민족 전통의 떡은 농경이 발달한 부족문화가 형성되면서부터 만든 음식이다. 모락모락 테이블 제공


한국 고유의 음식, 떡

떡을 빚으면서도 떡 이야기는 계속됐다. 떡은 곡물로 뭔가를 해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다. 고전문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농경이 발달한 부족문화가 형성되면서부터 떡을 만들었다.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떡 시루는 곡물, 물, 불만으로 떡을 만들었던 문화를 방증한다. ‘삼국사기’에는 떡을 깨물어 생긴 잇자국으로 왕위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려시대 때 떡은 다양해졌다. 중국 영향으로 차 문화가 발달하면서 떡이 곁들여졌고, 불교문화 영향으로 육식을 금하면서 대표 절식으로 자리잡았다. 조선시대는 ‘떡의 전성시대’ 였다. 꽃과 식물, 과일, 약재 등을 첨가해 맛과 향, 약리 작용까지 갖췄고, 의례음식으로 발전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정조지’에는 시루떡이나 인절미는 물론이고 두텁떡, 송편, 개피떡, 연잎귤잎떡, 경단과 양갱, 단자 등 60여개의 떡이 소개돼 있다.

하지만 근대 이후 떡은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든 서양의 빵에 밀려 빠르게 쇠퇴했다. 설탕의 달콤한 유혹에 긴 세월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 있는 천연의 맛은 하루아침에 잊혀 버렸다. 시럽과 초콜릿, 크림 등 서양 식재료와 오븐과 반죽기 등 첨단 장비들로 무장한 빵의 공습에 곱게 빻은 쌀가루를 시루에 쪄내야 하는 떡을 집에서 만드는 이들도 사라졌다.

떡은 명절에 떡집에서 사서 먹는 음식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집 앞 대형할인점에서 파는 오븐은 알아도 시루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도구가 아니던가. 장여진 대표는 “떡을 만들면 번거로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쌀가루와 체, 찜기와 계량도구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며 “오븐이 수십 만원이 드는 데 비해 떡 재료를 갖추는 데는 몇 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오해를 바로잡는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듬뿍 넣어 만든 잡과고는 떡의 의미에 가장 충실한 떡이다.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제공


재료는 미리 사고, 보관은 냉동으로

문제는 쌀가루다. 밀가루는 웬만한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다 팔지만 떡의 주 원료인 쌀가루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서 미리 주문을 하거나, 불린 쌀을 들고 동네 방앗간을 찾아야 한다. 장 대표는 “쌀가루를 쉽게 구할 수 없고, 구해도 냉동보관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며 “떡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판매하는 사람도 늘 텐데 수요가 없어서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쌀가루는 한번 사면 냉동실에 두고 여러 번 떡을 만들 수 있다.

보관도 까다롭다. 떡은 냉동 보관하면 길게는 1년까지도 가능하지만 상온에서는 하루를 넘기기가 어렵다. 게다가 냉장 보관하거나 서늘한 곳에 두면 금세 굳어 버린다. 상온이나 냉장실에서 사나흘은 거뜬히 버티는 빵에 비하면 불리한 조건이다. 과거에도 떡이 쉬는 것을 방지하고 오래 보존하기 위해 참기름을 바르거나 나뭇잎에 싸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지구의 평균 기온이 높지 않아 보통 열흘 가까이 보관하기도 했다고 한다.


멥쌀가루에 술을 부어 쪄서 만든 '증편'에 다양한 고명을 얹어 앙증맞게 연출했다. 모락모락 테이블 제공


요즘에는 설기와 절편 등으로 떡케이크를 만든다. 모락모락 테이블 제공


가장 현대적인 음식, 떡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도구에다 번거로운 조리 과정, 자극적이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맛까지, 속도와 편리함이 생명인 현대와 떡은 도통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떡은 엄연히 가장 현대적인 음식이다. 최신 카페들은 차에 곁들이는 간식으로 떡을 내놓는다. 떡 카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빵이나 케이크와 결합한 ‘퓨전 떡’도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흑임자몽블랑’, ‘하겐다즈설기’, ‘무화과캐러멜떡케이크’ 등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단골 메뉴로 등극했다.

이날 떡을 배운 수강생 박유진(27)씨는 올해 떡 공방을 열 계획이다. 박씨는 “요리를 전공하고 베이킹을 하다 떡의 매력에 빠져 떡을 새로 배우게 됐다”라며 “떡보다 빵이 친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오히려 떡의 맛과 모양,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다. 장여진 대표는 “20대부터 6,7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여러 이유로 떡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데다 귀하게 대접받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어서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감소 추세지만 떡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쌀 소비량은 지난해 17만6,500톤으로 전년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유경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소장은 “떡은 빵보다 소화 흡수가 잘 되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양적으로도 우수하다”라며 “만들어 보면 떡이 의외로 쉽고, 맛있고,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햅쌀로 만든 송편은 추석상에 오르는 대표적인 절기떡이다. 쑥, 모싯잎, 치자 등 주변에 있는 천연 재료로 곱게 색을 들여 빚는다.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제공


쉽고 간편한 떡 만들기

코로나19로 올해는 유례 없는 ‘비대면 추석’이다. 명절마다 치러야 하는 차례상 차림 스트레스나 악몽 같은 교통체증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집에서 짧지 않은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인 가족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 명절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데다 식사 대용으로도 훌륭하고 심지어 따뜻한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떡 만들기’를 추천한다.

이날 떡을 배운 주부 이미라(60)씨는 올 추석에는 송편을 직접 빚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모여 지내는 차례는 생략하기로 했어요. 대신 정성스레 송편을 빚어서 가족들에게 선물할 거예요. 가족을 생각하며 떡을 만드는 과정도 의미 있지만 나누어 함께 먹는 그 순간이 굉장히 귀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동글동글한 건조 무화과가 모양과 맛을 동시에 잡는다. 찰떡은 냉동 보관해 오래 두고 먹기 좋다. 모락모락 테이블 제공

◇밥 대신에 두고두고 먹는 1인가구를 위한 ‘무화과흑미찰편’

-재료: 찹쌀가루 200g, 찰흑미가루 200g, 물 30~35g, 설탕 50g, 건무화과 5개, 밤 5개, 호두분태 20g, 호박씨 20g

-만드는 법:

1. 건무화과를 물에 담가 부드럽게 불린다.

2. 밤은 4~6등분, 불린 무화과는 반으로 자른다.

3. 찹쌀가루와 찰흑미가루를 고루 섞은 후 물을 넣고 손으로 비벼 고루 섞는다.

4. 체에 한번 내린 뒤 설탕을 넣어 고루 섞고 밤과 호두분태를 넣는다.

5. 젖은 면포를 깐 찜기에 모양 틀을 올리고 설탕을 뿌린다.

6. 반으로 자른 무화과를 뒤집어 넣고 호박씨로 빈 공간을 채운다.

7. 모양 틀에 섞은 쌀가루를 넣어 고루 편다.

8. 찜기에 올려 25분간 찐다.

9. 떡이 다 익으면 모양 틀을 제거하고 윗면에 포도씨유를 살짝 바른다. 뒤집은 후 윗면에도 포도씨유를 바른다.

동글동글한 감 모양을 닮은 송편은 가을의 정취와 명절의 따뜻함을 동시에 상징한다. 모락모락 테이블 제공


◇같이 빚는 재미가 쏠쏠한 가족을 위한 ‘감송편’

-재료: 감 반죽(약 17개 분량)-멥쌀가루 250g, 단호박가루 5g, 딸기향가루 5g, 물 80~90g 코코아가루 약간, 참기름 10g, 포도씨유 10g.

쑥 반죽(약 17개 분량)-멥쌀가루 250g, 쑥가루 5g, 물 80~90g.

소: 찐 밤 약 120g, 꿀.

-만드는 법:

1. 쌀가루에 단호박가루와 딸기향가루를 넣어 섞은 뒤 끓는 물을 넣고 숟가락으로 고루 섞는다.

2. 반죽을 열심히 치대 한 덩어리로 만든 뒤 20g으로 나눠 송편을 동그랗게 빚어준다. (쑥 반죽도 동일하게 만든다)

3. 쑥 반죽의 30g을 밀대로 1~2㎜ 두께로 밀고 감꼭지 고명틀로 반죽을 찍는다.

4. 감 반죽 5g 정도에 코코아가루를 살짝 섞어 연한 밤색 반죽을 만들어 두께 1㎜로 가늘고 길게 밀어준다.

5. 감 반죽의 가운데를 깊게 만들고 속에 소를 넣는다.

6. 둘째 손가락으로 소를 살짝 눌러 주면서 송편 반죽을 오므리고 꾹꾹 누른다.

7. 반죽을 지그시 쥐어 공기를 뺀 뒤 동그랗게 빚는다.

8. 감꼭지(3)를 붙이고 꼭지(4)로 모양을 낸다.

9. 찜기에 시루밑(면포)을 깔고 송편을 올린 뒤 찜기에서 20분간 찌고 5분간 뜸 들인다.

10. 다 쪄진 송편은 참기름과 포도씨유를 1:1로 섞어 고루 바른다.

떡 위에 꽃잎이 올라가 그 자체로도 예쁘고 멋이 깃든 떡이다. 꽃잎 등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좋다.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제공

◇꽃잎 따다 떡에 올린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지짐떡’

-재료: 찹쌀가루 100g, 물 25g, 소금 1g, 국화 등 식용 꽃잎 집청액(설탕 50g, 물 50g, 기름 10g, 지짐용 20g)

-만드는 법:

1. 찹쌀가루를 체에 내려 끓인 소금물을 넣고 익반죽한다.

2. 반죽을 떼어 기름을 두른 팬에 약불로 1분 정도 지지고 뒤집어 1분 정도 지져 익을 무렵 꽃잎을 올린다. 대추와 곶감, 잣 등을 올려도 좋다. 집청액을 뿌린다.

3. 수수가루, 율무가루 등과 섞어 같은 방식으로 둥글게 빚어 지지면 좋다.

서양 식재료인 바나나와 전통 식재료인 찹쌀, 개암, 호두 등이 화려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제공

◇어른도 좋아할 달콤한 ‘바나나떡’

-재료: 찹쌀가루 250g, 바나나 껍질 깐 것 100g, 소금 2g, 뜨거운 물 10g, 크랜베리 15g, 건포도 15g, 말린 무화과 20g, 개암 20g, 연육 15g, 호두 20g, 해바라기씨 10g, 시럽(설탕 50g 물 50g 럼주 5g)

-만드는 법:

1. 찹쌀가루는 체에 내리고 바나나는 껍질을 까서 절구에 으깨 섞어 소금을 넣고 반죽한다.

2. 반죽은 40분 정도 숙성시키고 그 동안 무화과는 끓는 물에 데쳐 불순물을 제거한다. 연육도 살짝 데친다.

3. 팬에 물과 설탕을 넣고 약불에서 끓이다가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넣고 조린다. 럼주를 넣는다.

4. 떡 반죽을 나눠 기름 바른 틀에 넣고 위에 계란 노른자와 올리브유를 바르고 170도 오븐에서 30분 정도 굽는다.

5. 조금 식으면 틀에서 꺼내 담고 위에 견과류 조림을 얹고 기호에 따라 초코시럽이나 슈가파우더를 뿌려 장식한다.

도움말ㆍ사진 제공=장여진 ‘모락모락’ 대표, 곽유경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소장.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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