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풀리지 않는 핵심 쟁점은 북한이 공무원 A씨(47)의 시신을 불태웠는지 여부다. 당초 북측이 시신을 불태웠다는 우리 군 당국은 부유물을 태웠다는 북한 측 설명이 나온 후 입을 닫고 있고 정보 당국은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A씨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 시신 소각의 진상은 끝내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당국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A씨 시신을 소각(燒却) 했다는 당초 판단이 맞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이 수집한 SI(감청 등을 통해 수집한 특별 정보)의 수준과 당시 관측된 '40분간의 해상 불빛'이 갖는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부유물 위에 A씨 시신은 없었다는 북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것이다.
北 상ㆍ하급 부대 간 교신이 1차 근거
29일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군 당국은 사건 당시 북한 군 상ㆍ하급 부대 간 교신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각 명령과 이에 대한 결과 보고가 담긴 SI(감청 등을 통해 수집된 특별 취급 정보)가 없다면 국방부가 애당초 "북한이 우리 국민의 시신을 소각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공식 발표 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정부가 결론내릴 수 있었던 것은 A씨의 월북 의사가 담긴 감청 정보가 확보됐다는 뜻"이라면서 "시신 소각 부분도 비슷한 수준의 신빙성을 갖춘 근거가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감청 정보가 시신 소각을 의심해볼 수 있는 1차적 근거가 됐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주호영 원내대표는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방부가 감청을 통해 '연유(燃油)를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A씨 시신에 직접 기름을 발라 소각했다는 주장이나,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몸에 (기름을) 바르려면 사람이 직접 가서 했다는 것인데 그럴 이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당시 북한군이 방호복을 입고도 상당한 거리를 두고 총격을 가할 정도로 접근을 두려워 했는데, 기름을 직접 몸에 발랐겠냐는 반문이다. 단, 연유를 뿌려 A씨 시신을 소각했다는 국방부 차원의 보고 자체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40분 연소하려면 부유물만으론 부족"
약 40분 간 이어진 해상 불빛을 시신 소각의 근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24일 국회 국방위)"면서 시신 소각의 정황 증거로 내세웠다. 불빛은 열상감시장비(TOD)로 관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연평도에서 무려 38km 떨어진 곳에서 40분 간 불빛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를 시신 소각에 따른 것으로 단정할 수 있냐는 반론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단, 전문가들은 시신을 태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법의학 전공의는 "연소 시간은 매스(연소물의 크기)에 비례하는 데 만약 소각한 게 부유물 하나였다면 40분이나 태울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사람의 몸은 불에 잘 타는 물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부유물과) 함께 태우면 불꽃이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일반적 부유물이 40분 간 탔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사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소각 여부의 직접적 증거인 A씨 시신은 피살 이후 일주일 넘도록 발견되지 않고 있다. 조류를 타고 서해권을 벗어난 곳에서 뒤늦게 발견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신 발견은 어렵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결국 북한이 남북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A씨 소각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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