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추석 연휴를 청와대에서 지낼 계획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콕 추석’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낸 문 대통령 역시 이를 직접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 부부는 이번 추석 연휴 대부분의 시간을 경내에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5일에 이른다. 문 대통령 부부는 추석 당일 차례상에 올리기 위한 귤과 사과, 새우, 민어, 쇠고기, 시금치, 떡, 마늘, 무, 새우, 쪽파, 밤, 거봉 등 제수 용품을 이날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에서 구입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명절 연휴를 오롯이 청와대 안에서만 보낸 적은 많지 않다. 대체로 명절이면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이나 어머니가 계시던 부산으로 향했다. 2017년 5월 취임 후 첫 명절이었던 10월 추석엔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를 모시고 청와대에서 차례를 지냈지만,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깜짝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올해 설날에는 손자 등과 함께 양산 통방사를 찾았단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유엔총회 참석으로 인해 2018년 추석은 미국에서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 경내에만 머무르는 건 ‘추석 연휴 모임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차원의 대응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차원이다. 방역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끄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한 데 이어,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아직도 고향 방문이나 여행을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집에 머물러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가족 모임’과 ‘여행’을 코로나19 확산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예년과는 다른 경각심을 갖고 (추석 연휴를) 방역 주간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 부부가 고향이나 사저를 찾을 경우, 정부 방역 지침을 ‘공개적으로’ 어기는 것이라 이를 감안해 청와대 안에서만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국민께 이동 자제를 당부한 만큼 청와대 관저에 머물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물리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한 명절을 권유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방역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맞이하는 명절”이라며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하며, 지친 몸과 마음에 작은 쉼표를 찍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만 보내는 추석 연휴이지만, 이후 정국 구상에 문 대통령도 마음 편한 명절을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종 공무원에 대한 북한의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남북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다, 좋지 않은 여론도 여전해 이를 타개할 방법 등을 두고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도 피살 사건 관련) 보고를 중간중간 받으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나, 고향 및 친지 방문과 여행을 완전히 제한할 수 없기 때문에 추석이 코로나19 확산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달 3일 일부 단체가 개천절 집회 강행 의사를 보이고도 있어, 관련 대응 상황에 대한 보고도 수시로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