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도자기 형태와 무늬에 유럽 사람들 큰 관심
올해 2월 독일서 '주목할 만한 신진작가' 꼽혀
현재는 영국 서머싯 11월 14일까지 공동 전시회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동양의 자연을 느끼고 삭막한 도시생활을 위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의 빗살무늬토기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세계 도예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있다. 떠오르는 신예로 꼽힌 도예가 김호정씨는 2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편안한 상상과 휴식을 주는 도자기를 선보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양한 색깔의 점토를 이용해 빗살무늬토기 형태의 길고 굽이 뾰족한 도자기를 굽는데, 이 때 여러 점토의 색이 어우러지며 겉면에 예상치 못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김 작가는 "푸른색과 하얀색 점토가 수놓은 겉 무늬가 마치 파도치는 모습 같다는 등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도자기의 질감과 색감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미술공예운동에 감명받아 2017년 영국왕립예술학교(RCA) 도예학과에 입학한 그는 “유물인 사이프러스 도기 주전자에 있는 문양을 연구하다가 ‘인류는 왜 흙을 사용해 그릇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면서 “그 답을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아주 오래 전 한반도에서 사용된 빗살무늬토기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혁명으로 급격히 진행된 대량생산 대신 수공예로 작품을 만들자는 미술공예운동에 큰 매력을 느꼈던 만큼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흙을 이용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다. 현재 그의 작품은 영국 서머싯의 공예전문전시관인 ‘메이크 하우저 앤드 워스 서머싯’에서 오는 11월14일까지 열리는 ‘핸드 앤드 랜드’ 공동 전시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현지 갤러리의 요청을 받고 다른 해외작가 8명과 함께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게 됐다.
김 작가의 작품은 이미 서구의 도예시장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소비재 전시회 ‘암비엔테’는 그를 ‘주목할 만한 신진작가’로 꼽았다. 김 작가는 “동양적인 도자기 형태와 무늬에 유럽 사람들의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RCA 재학 때는 학교를 단체 방문한 유명 인사들의 대표 선물로 그의 작품이 선정돼 당시 애플의 디자인최고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 등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난 3월 귀국한 그는 빗살무늬토기에 이어 한국적인 것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 활동을 준비중이다. 김 작가는 “한국인의 집 문화, 특히 의ㆍ식ㆍ주에 스며든 도자기나 물건을 저만의 언어로 풀어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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