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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기분이라도"…'유람비행' 매진행렬

입력
2020.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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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일본·대만 항공사 '가상여행' 상품 불티나게 팔려
韓관광공사 '제주 가상출국'…대만 여행객에 '4분 완판'

호주 콴타스항공 조종사가 7월 22일(현지시간) 시드니 공항에서 마지막 비행을 앞둔 보잉 747 점보 여객기의 동체 밑면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콴타스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자사의 보잉 747기들을 조기 퇴역시켰다. 시드니=로이터 연합뉴스

호주 콴타스항공 조종사가 7월 22일(현지시간) 시드니 공항에서 마지막 비행을 앞둔 보잉 747 점보 여객기의 동체 밑면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콴타스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자사의 보잉 747기들을 조기 퇴역시켰다. 시드니=로이터 연합뉴스

"비행이 그리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각국 정부가 해외여행을 제한하면서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죠.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이색 상품이 등장하면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공항을 떠나 출발한 공항으로 돌아오는, 아무 곳에도 가지 않는 '유람 비행'이 그 주인공입니다.

호주 콴타스 항공 '시드니 상공 7시간 비행' 상품 10분 만에 매진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 하버브릿지. 시드니=남상욱 기자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 하버브릿지. 시드니=남상욱 기자

호주 콴타스 항공사는 17일(현지시간) 시드니 공항에서 출발해 경치가 좋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하버 브릿지 등 랜드마크가 있는 상공을 7시간 동안 비행한 뒤 다시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는 '그레이트 서던 랜드(Great Southern Land)' 상품이 불과 10분 만에 매진됐다고 밝혔는데요.

장거리 국제선에 주로 사용되는 보잉 787 여객기를 이용한 이 상품은 좌석 등급에 따라 787~3,787 호주달러(약 67~323만원)에 달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닌데도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만큼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컸던 거겠죠.

콴타스 항공의 정기 국제선 항공편은 정부 제한으로 10월말까지 운행이 중단된 상태인데요. 아시아태평양항공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 제한을 받으면서 이 지역의 국제 여행 횟수가 97.5% 급감했다고 합니다.

콴타스 항공 대변인은 "콴타스 항공 역사상 가장 빨리 매진된 항공편"이라며 "수요가 있다면 국경이 열리길 기다리는 동안 경치 좋은 비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어요. 앨런 조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해외로 데려갈 순 없겠지만 호주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보는 것이 여행에 대한 영감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고요.

'여행가는 척' 일본은 정원 150배 몰려 추첨…대만은 '30초 완판' 기염

일본 전일본공수(ANA)에서 하와이 왕복선에 운행하는 에어버스 A380 여객기. ANA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전일본공수(ANA)에서 하와이 왕복선에 운행하는 에어버스 A380 여객기. ANA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전일본공수(ANA) 또한 하와이로 여행가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상상여행 상품을 내 인기를 끌었죠.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칵테일을 마시며 나리타 항공에서 이륙, 일본 상공을 한바퀴 돈 후 공항으로 돌아오는 이 상품은 좌석 등급에 따라 1만4,000~50,000엔(약 16~56만원)에 판매했는데요. 정원의 150배가 넘는 이들이 몰려 추첨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대만의 에바항공도 지난달 '아버지의 날'을 맞아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발해 3시간 가량 비행한 뒤 다시 돌아오는 상품을 출시했어요. 6,888 대만달러(약 27만원)로 책정된 이 상품 또한 판매 개시 4분 만에 완판됐습니다. 이 상품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한국 제주도를 왕복할 수 있는 사용기한 1년의 바우처도 포함됐다고 해요.

또 다른 대만 항공사 스타럭스 항공 역시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발, 대만 동부 해안을 따라 비행하다 다시 돌아오는 '해외여행 가는 척'이라는 상품을 냈는데요. 티켓 188장이 무려 30초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죠.

한국은 에어부산이 10일 국내 항공사로서는 최초로 '도착지 없는 비행'을 운항했어요.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해 포항에서 서울을 거쳐 광주와 제주 상공까지 운행한 후 김해공항으로 되돌아오는 경로였는데요. 다만 여행이 아닌 항공관광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 목적의 비행이었다는데서는 차이가 있었죠. 국내 수요를 대상한 상품 출시는 향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살펴보고 결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관광공사, 대만 여행객 '제주 가상출국여행' 4분 만에 다 팔려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상품 홍보 사진.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상품 홍보 사진. 한국관광공사

한편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해외 여행객 수요를 고려한 가상여행 상품도 등장했어요. 한국관광공사가 공사의 대만 타이베이 지사를 통해 현지 여행사 이지플라이, 항공사 타이거에어와 연계해 11일 출시한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상품인데요. 타이페이 공항을 출발한 후 제주 상공을 선회하다 돌아오는 이 상품도 불과 4분만에 판매가 완료됐죠.

오는 19일 대만관광객 120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탑승 전 비행기 앞에서 한복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기내에서 다양한 한국의 놀이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띕니다. 아울러 한류드라마에서 유명해진 '치맥(치킨과 맥주)'를 기내식으로 제공하고요. 관광이 재개되면 1년 내 사용할 수 있는 왕복항공권도 포함했습니다.

여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마음과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의 기발한 발상이 맞아떨어진 결과 이 같은 호응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고 도착지를 밟아볼 수 있는, 상상이 아닌 실제 여행을 갈 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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