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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입력
2020.09.17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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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센트럴파크. ⓒ게티이미지뱅크

뉴욕 센트럴파크. ⓒ게티이미지뱅크


요즘같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의 활동이 어려울 때 가끔 숲을 찾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숲에서는 밀폐, 밀집, 밀접을 피할 수 있고 심호흡으로 답답한 가슴을 펴 볼 수 있다. 숲에선 일상의 답답함이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지며, 닫혔던 우리 몸의 오감이 열린다. 그래서 숲을 '인류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가 보다.

최근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는 국민 100명당 도시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90명이 넘는다고 한다. 세계가 점점 도시화되어 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도시화 속도와 인구 밀집도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도시화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인류가 전통적으로 누려왔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 삶을 보아도 하루에 맨땅 한 번 밟아보거나 나무 한 그루 만져 볼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생활을 영위하며 하고 있는 활동은 대부분 의도적인 집중을 요구한다. 도시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저기 신경써서 처리해야 할 것들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계속된다. 이런 집중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되고 몸과 마음의 피로가 누적되어 번아웃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기 전 활력을 회복시켜 주는 좋은 방법이 바로 숲을 찾는 일이다.

캐플란이란 미국의 환경심리학자는 숲은 일상의 번잡과 피로에서 탈출하게 하고, 아름다우며, 어느 정도의 면적에서 하고자 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제격인가를 설명하는 ‘주의-집중 회복이론’을 발표하고 많은 학자들은 실증적인 연구 결과로 숲의 이런 효용을 증명하고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 ⓒ게티이미지뱅크

뉴욕 센트럴파크. ⓒ게티이미지뱅크


도시숲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숲은 이렇게 일상에 지친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뉴욕의 맨해튼이 도시화로 인구가 팽창할 때 시인이던 윌리엄 브라이언트가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없다면 100년 후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이 생길 것”이라며 대규모 숲 조성을 주장했다는 것을 새겨 볼 때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도시공원 일몰에 대한 정책결정도 윌리엄 브라이언트의 조언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오늘도 잠시 짬을 내 동네 뒷산 숲을 산책하고 돌아왔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가도 좋지만 그리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면 혼자서 살짝 나들이 가도 좋은 게 숲이다. 홀로 숲을 거닐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또 나만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창조적 고독이랄까. 베토벤이나 시벨리우스 같은 위대한 작곡가들도 숲에서 영감을 얻어 불멸의 작품을 창조했다지 않은가. 현대인들은 홀로 지낼 기회가 없다보니 혼자인 것을 두려워한다. 깊은 숲이 아니더라도 숲에 혼자 있으면 자신을 돌아보고 또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혼자서 접하는 숲은 나와 자연을 동화시킨다. 내가 곧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하고 가진 자만과 오만을 벗고 겸손을 배우게 한다. 오늘 짙은 녹색을 자랑하는 나뭇잎은 이제 곧 단풍이 되어 낙엽으로 떨어져 비옥한 땅을 만들 것이다. 숲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이렇게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때가 되면 물러나고 또 자신을 새로운 숲을 일구는 밑거름이 된다. 나만 생각하고 나만 고집하는 우리가 숲으로부터 배울 지혜이다.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ㆍ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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