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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의혹 공정성 분노 크지만, 파급력은 제한적

입력
2020.09.16 20: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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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공동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관련 특혜 의혹(이하 추미애 아들)'에 대해 또 한번 민심이 양분되고 있다. 이 의혹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이 1년 전 '조국 전 장관 딸 의혹(이하 조국 딸)'을 떠올린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공동으로 두 의혹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해 관련 민심으로 찾아봤다. 뉴스 댓글에 담긴 민심은 정치 사안에 대한 관심이 평균보다 과장돼 표현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주장이 선명하기 때문에 해석하기에는 적합하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조국 딸’ 당시에는 의혹 제기 기사에 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의 반박과 항의가 적극적이었지만, ‘추미애 아들’의 경우는 그런 지지자들의 옹호가 약하게 나타났다. 이는 현 정부 지지 세력이 1년 전 ‘조국 딸’ 때보다 ‘추미애 아들’을 덜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두 의혹의 공통점인 고위직의 불공정한 ‘부모 찬스’에 대한 반감은 ‘추미애 아들’에서 더 강하게 표출됐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ISDS는 주요 포털 네이버ㆍ다음ㆍ네이트의 뉴스 서비스에 올라온 ‘조국 딸’ 관련 뉴스 댓글(2019년 9월 1~30일) 총 7만4,532건과 ‘추미애 아들‘ 뉴스 댓글( 2020년 9월 1~13일) 총 5만3,213건을 데이터로 사용했다. 뉴스 댓글 수집 기간을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로 한정한 것은 ‘조국 딸’의 경우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2019년 8월부터 급증해 9월 중 정점을 찍었고, ‘추미애 아들’은 지난해 12월 추 장관 인사청문회 이후 잠시 늘어나다 8개월 간 잠잠했는데, 9월 들어 추 장관 아들이 근무한 부대 간부와 사병 등의 증언이 쏟아지며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친여 秋 의혹에는 소극적 대응

조국 딸 관련 뉴스 댓글 동시 출현어

조국 딸 관련 뉴스 댓글 동시 출현어


두 의혹 기사 댓글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중 의혹과 관련된 중요 단어들의 빈도 순위를 비교하면 두 의혹에 대한 민심의 일단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조국 딸’의 경우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의외로 ‘나경원’이다. 당시 조국 지지층들이 조국 의혹에 쏟아지는 비난에 대한 맞불 전략으로 나경원 당시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를 ‘조국 딸’ 기사 댓글에 표출했기 때문이다. ‘조국 딸’ 의혹 당시 여권 지지층의 적극적이고 조직적 대응이 활발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추미애 아들 관련 뉴스댓글 동시 출현어

추미애 아들 관련 뉴스댓글 동시 출현어


반면 ‘추미애 아들’의 댓글에는 ‘조국’이 세 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이는 조국 사태를 빗대는 비판적 댓글이 많기 때문이다. 조사를 진행한 배영 ISDS 부소장(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은 “추미애 아들 관련 댓글은 1년 전 조국 딸과 달리 현 정부 반대 계층이 적극적으로 작성하고 있으며, 친정부 계층의 참여는 이전보다 소극적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의혹 관련 기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주요 키워드의 빈도 순위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좀더 명확히 드러난다. (댓글의 절대적 숫자는 두 의혹 관련 댓글의 총 개수가 달라 직접 비교가 무의미해, 각 의혹 댓글에 등장하는 공통 키워드의 빈도 순위를 비교했다.)

‘조국 딸’ 관련 기사 댓글 중에는 검찰(5위), 야당(20위ㆍ자유한국당), 언론(27위) 같은 키워드가 상위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하는 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댓글 중 상당수가 의혹 제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추미애 아들’ 관련 기사에서는 검찰이 16위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야당(미래통합당)은 94위로 크게 순위가 떨어졌고, 언론도 60위에 그쳤다. 한편 ‘문재인’과 ‘대통령’은 ‘추미애 아들’ 관련 기사 댓글에서 각각 17위와 52위로 ‘조국 딸’ 관련 기사 댓글 25위와 54위보다 높았다. 이 역시 친여권 성향 댓글 비중이 낮아지면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 댓글의 빈도 순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통령의 자기 편 감싸기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모 찬스 분노 秋 의혹에 더 민감

권력자의 불공정한 ‘부모 찬스’에 대한 민심을 보여주는 키워드인 ‘특혜’ ‘정의’ ‘공정’ ‘분노하다’ 같은 단어들이 ‘추미애 아들’ 댓글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등장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특혜’는 추미애 아들이 27위, 조국 딸은 53위였다. ‘정의’는 각각 65위 103위, ‘공정’은 69위 324위, ‘분노하다’는 263위 389위 순으로 등장한다.

조국 자녀 기사 댓글 공통 키워드 순위붉은색은 ‘추미애 아들’ 순위가 높은 주요 키워드

키워드 '조국 딸' 순위 '추미애 아들' 순위
검찰 5 16
야당 20(자유한국당) 94(미래통합당)
문재인 25 17
대통령 54 52
언론 27 60
특혜 53 27
정의 103 65
민주당(여당) 79 21
공정 324 69

배 부소장은 "조국 딸과 추미애 아들 의혹은 불공정한 ‘부모 찬스’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추미애 아들 의혹에 대한 댓글에서 정의와 공정 관련 분노가 더 많이 나타난 것은 우리 사회가 대체로 ‘학벌’보다는 ‘군 복무’관련 사안을 공정 이슈에 있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사 曺가 많고, 댓글은 秋가 많아

조국 추미애 자녀 관련 기사량

조국 추미애 자녀 관련 기사량


‘조국 딸’과 ‘추미애 아들’ 관련 기사와 댓글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ISDS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시스템을 활용해 2019년 3월부터 2020년 9월 13일까지 ‘조국’과 ‘딸’이란 단어가 동시에 들어간 기사와 ‘추미애’와 ‘아들’이 동시에 들어간 기사를 추출한 결과 ‘조국 딸’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조국 딸’의 경우 일일 최다 7,470건의 기사가 생산된 반면 ‘추미애 아들’은 아직 3,000건대에 머물러 있다. ‘추미애 아들‘ 관련 기사는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사 게재 건수 기준 초기 파급력에서 ‘조국 딸’보다 약하다. 반면 앞에 제시한 댓글 분석 데이터를 보면 ‘추미애 아들’의 하루 평균 댓글은 4,093건으로‘조국 딸’ 기사 관련 하루 평균 댓글 2,484건보다 훨씬 많았다. 게재 기사 건수는 적은 데 관련 댓글은 더 많은 예외적 현상이 발생했다.

조국 추미애 자녀 관련 뉴스 연관어

조국 추미애 자녀 관련 뉴스 연관어


두 의혹 관련 뉴스가 집중적으로 생산됐던 2019년 9월 1~30일 ‘조국 딸’ 관련 뉴스의 연관어와 2020년 9월 1~13일 ‘추미애 아들’ 관련 뉴스 연관어를 비교해 봤더니 두 의혹 보도에서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는 점도 이채롭다. 의혹과 함께 언급된 연관 인물들을 보면 ‘조국 딸’의 경우 주된 의혹 제기자인 ‘주광덕’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등장하는 연관어다. 그러나 ‘추미애 아들’ 기사 연관어는 주 공격수인 ‘신원식’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보다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언론은 ‘조국 딸’ 문제는 정권 차원의 문제로, ‘추미애 아들’ 의혹은 여야의 다툼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 포털 검색량 비교

네이버 포털 검색량 비교


마지막으로 ‘추미애 딸 의혹은 어떻게 매듭 지어질까’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ISDS가 네이버 포털의 키워드 검색량(2019년 8월 1일~2020년 9월 12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 검색량을 100으로 놓고 비교하면 ‘조국’과 ‘추미애’에 대한 상대적 검색량은 최고점이 20선에 그쳤다.

‘추미애’에 대한 검색은 현재보다 법무부장관 취임 후 윤석열 검찰총장과 충돌하던 2019년 말과 2020년 1월이 훨씬 높다는 점도 흥미롭다. 배 부소장은 “사람들이 검색어를 입력한다는 것은 포털에서 볼 수 있는 뉴스를 수동적으로 읽는 것보다 정보에 대한 관심이 훨씬 강하다는 의미로, 지금 국민들의 주된 관심은 코로나19 사태에 쏠려 있는 상황”이라며 “‘추미애 아들’ 이슈의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공동기획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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