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옆 침실에서 무슨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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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옆 침실에서 무슨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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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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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온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천만 시민이 직접 뽑은 3선 시장이 임기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례 없는 사건에 사회 전체가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연유와 시말은 아직도 오리무중 진행형이다. 다만 비서실 내에 위치해 대다수 서울시 공무원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침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피해자가 추행을 당한 공간으로 집무실과 이 침실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한데 왜 사무실 안에 침실이 있을까? 여러분의 사무실도 그러한가? 여전히 정부, 지자체 및 산하기관 상당수는 집무실 내 침실(휴게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관장 집무실에 딸린 내실, 침실 등은 산업화와 권위주의가 만든 시대의 유산이다. 성장에 대한 갈망으로 온 사회의 노동력을 끌어모았던 시절엔 민이든, 관이든 일터와 쉼터를 구분하지 않았다. 산업화라는 전선에서 산업역군을 지휘하는 고위직들의 집무실은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닌 야전사령부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워라밸이 중요한 가치인 시대에 이러한 공간이 필요한가에 대한 지적에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고위 공직자의 업무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위와 서열이 낮은 이들과 조직 수장의 동선을 분리하고, 조직원들과 시설을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권위를 높이려는 의도 또한 작용했다.

민간기업에도 이러한 공간이 있었지만 사라진 지 오래다. 기업 사장이나 정부의 기관장으로 재임할 때 퇴근하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비상상황을 경험했지만 집무실에 별도의 침실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필요시 간이침대 하나면 별도의 공간을 만들 필요도,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샤워실은 직원들과 함께 쓰면 그만이었다. 낭비와 비효율을 본능적으로 제거하는 기업에선 이미 사라진 침실이 고위 공직자들의 집무실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는 관행이고 유지비용이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집무실에 딸린 침실의 존재가 알려진 것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가 점유하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높으신 분들이 과연 불필요하게 많은 공간을 독점하고 있진 않은지, 그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쓰지 않아도 될 세금을 쓰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한 사람만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거기 들어가는 세금을 더 시급한 곳에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이러한 공간은 국가와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가 나가는 공직자에게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가장 기본적 덕목이다. 단지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마련된 독립되고 내밀한 공간이 개방화, 민주화된 현대사회의 공직자에게 어울리는지 따져봐야 한다. 고위공직자의 권위는 국민을 위한 헌신과 자기 절제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 공직자의 기본자격이다.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공적영역 전체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 시대의 잔영을 돌아보고 국민의 몫으로 돌려놓아야 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반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보다 더 윗분들의 집무실에도 침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자의 은밀한 사적 공간을 퇴출시키는 것 또한 작은 진보가 아닐까?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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