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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폭력 피해자 82% “경제적 지원제도 있어도 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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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82% “경제적 지원제도 있어도 못 썼다"

입력
2020.09.21 16:42
수정
2020.09.24 09:5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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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지난 6월 시행한 '디지털 성폭력 피해경험자 일상 회복 프로젝트'의 표지. 이들은 "피해자가 '범죄 피해'라는 이미지에 스스로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피해경험자라는 김민예숙 여성주의 상담연구회 이사의 용어를 차용했다. 닷페이스 제공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지난 6월 시행한 '디지털 성폭력 피해경험자 일상 회복 프로젝트<내가 만드는 하루> '의 표지. 이들은 "피해자가 '범죄 피해'라는 이미지에 스스로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피해경험자라는 김민예숙 여성주의 상담연구회 이사의 용어를 차용했다. 닷페이스 제공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82%가 현행 범죄피해자 경제 지원 제도를 이용한 적 없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디지털 성폭력 피해에 대한 맞춤 지원이 없고 그나마 있는 일반 범죄 피해 지원 방안조차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와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촬영ㆍ비동의 유포ㆍ텔레그램 성착취 등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50명(응답자 기준) 중 41명(82.0%)이 정부의 경제적 지원제도 등을 이용한 적 없다고 밝혔다.

앞서 두 단체는 성착취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시민 1,700여명으로부터 4,000여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피해자 58명에게 1인당 75만원씩을 지급하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일상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련 기사: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회복 위해 시민들 마음을 모았죠") 두 단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 달에 걸쳐 지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결과 보고서는 여성가족부ㆍ법무부 등 관계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지원금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사용한 내용으로 △여행비(13명ㆍ26.0%) △생계비(10명ㆍ20.0%) △카페 이용이나 영화 시청 등 문화생활(6명ㆍ12.0%)을 꼽았다. 지원금 신청 당시 계획과 달리 경제적 상황 탓에 생계비에 돈을 일부 보태야 했다는 피해자도 18명(36.0%) 있었다. 사건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는 △정신적 회복(13명ㆍ26.0%) △경제적 지원(12명ㆍ24.0%) △사회적 지지(11명ㆍ22.0%) 순으로 많았다.

현행 경제 지원 제도의 한계점도 담겼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별도로 존재하는 경제 지원제도는 없다. 다만 법무부가 모든 종류의 범죄 피해자를 위해 운용하는 범죄 피해 구조금 제도 등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실제 이를 이용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는 9명(18.0%)에 그쳤다.

나머지 41명도 △제도 자체를 모른다(27명ㆍ65.8%)거나 △해당자가 아니라고(6명ㆍ14.6%) 답했으며 △절차 복잡(3명ㆍ7.3%)을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원을 받았다고 답한 9명도 △변호사가 없었으면 이용하지 못했을 것 △큰 도움이 안 돼 사적으로 다시 해결함 △지원 받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별도의 경제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촬영물 유포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유포촬영물 삭제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출하는 등 디지털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이 있다"며 "성범죄 피해에 대한 2차가해 우려 탓에 민사재판으로 가해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청구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말했다. 김여진 한사성 피해지원국장은 "2018년 여성가족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삭제지원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지속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경제 지원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사성과 닷페이스가 주관한 현금 지원 프로젝트가 일상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한 신청자는 응답자 53명 중 52명(98.1%)에 달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24.6%ㆍ중복선택)는 응답 외에 심리적 안정(23.8%)이나 구구절절히 피해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점(12.7%) 등을 이점으로 꼽았다. 김 국장은 "디지털성폭력 범죄 피해로 인해 사회권이 박탈된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며 "이들의 일상회복을 위한 적극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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