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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카르노부터 조코위까지... 가족 정치사

입력
2020.09.17 04:30
수정
2020.09.30 17:4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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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치 가문들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수카르노 가문. 왼쪽부터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메가와티 전 대통령, 푸안 마하라니 국회의장. 센트럴뉴스 캡처, 인도네시아 국회 제공

수카르노 가문. 왼쪽부터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메가와티 전 대통령, 푸안 마하라니 국회의장. 센트럴뉴스 캡처, 인도네시아 국회 제공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수하르토 정권을 무너뜨린 '1998년 레포르마시(Reformasiㆍ개혁)'로 꽃을 피웠다. 우리의 1987년 6월 민주항쟁보다 11년 늦다. 국부(國父) 수카르노 집권 22년, 수하르토 군부 독재 32년 역사는 '가족 정치'라는 유산을 남겼다.

수카르노의 맏딸 메가와티는 아버지가 만든 인도네시아민주당에서 1990년 초부터 정치 경력을 쌓았다. 개혁 직후인 1999년 투쟁민주당(PDI-P)을 창당했다. 그는 부통령을 지내다 압둘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국민협의회(MPR) 선거를 통해 2001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재선에는 실패했으나 PDI-P 총재를 맡으면서 2014년 인도네시아 첫 서민 대통령(조코 위도도) 탄생에 기여했다. 메가와티의 외동딸 푸안 마하라니는 현재 국회(DPR)의장이다. 푸안은 차기 대선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3대째 가족 정치를 이어오는 수카르노 가문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북한 세습 3대와도 대대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수하르토 가문. 왼쪽부터 수하르토 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 안타라통신 캡처

수하르토 가문. 왼쪽부터 수하르토 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 안타라통신 캡처

1965년 대학살을 통해 수카르노를 밀어내고 경제 개발을 일군 수하르토의 정치 자산은 전 사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계승했다. 그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과 대선에서 두 차례 맞붙었으나 모두 패했다. 선거 불복 소송 등 조코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으나 지난해 화해한 뒤 국방장관으로 발탁됐다. 나이(현재 69세)와 건강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1위를 기록했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장관 1위에도 뽑혔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가문. 왼쪽부터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 아구스 민주당 총재. SNS 캡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가문. 왼쪽부터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 아구스 민주당 총재. SNS 캡처

첫 직선제 대통령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BY) 전 대통령은 아들 아구스를 정치 후계자로 밀고 있다. 아구스는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가 되길 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SBY에게 져 재선에 실패한 메가와티의 입김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현재 아구스는 아버지가 만든 민주당 총재다.

"자녀들의 정계 진출은 없다"고 공언했던 조코위 대통령도 새로운 정치 가문을 꿈꾸고 있다. 올해 12월 지방선거에 아들 기브란은 수라카르타(솔로) 시장에, 사위 보비는 메단 시장에 출마한 것이다.

조코 위도도 가문. 왼쪽부터 조코위 대통령, 아들 기브란, 사위 보비.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SNS 캡처

조코 위도도 가문. 왼쪽부터 조코위 대통령, 아들 기브란, 사위 보비.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SNS 캡처

현지 연구기관들은 인도네시아의 가족 정치가 취약한 정당 제도와 유력 정치인에 대한 선호, 봉건제 잔재 등이 맞물려 지속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수카르노=진보', '수하르토=경제 개발' 등 각 정치 가문의 철학이 계승되는 점은 장점으로, 권력 남용과 부패, 연고주의, 관료제 훼손 등은 단점으로 꼽았다. 인도네시아공공정책연구센터(The Indonesian Institute-Center for Public Policy ResearchㆍTII)는 한국일보 질의에 "케네디, 부시 등 미국의 정치 가문은 오랜 정치교육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반면 인도네시아의 가족 정치는 갈수록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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