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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코로나 ... 사진을 찍고 이름을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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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코로나 ... 사진을 찍고 이름을 부르자

입력
2020.09.14 04:30
수정
2020.09.14 15:3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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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여섯 개의 세계' . 밀리의 서재 제공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 . 밀리의 서재 제공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인 지난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금은 그저 코로나19라고만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두고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임을 선언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860만명, 사망자는 91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은 정작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포했지만 여전히 세계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위협에 신음하고 있다.

전 세계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 사안이다보니, 모두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해 이런저런 전망을 내놓는다. 문학판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문학은 정치 경제 사회적 엄밀한 사실관계에서 한발짝 떨어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코로나19는 문학에게도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 밀리의 서재 제공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 밀리의 서재 제공


먼저, 전자책 구독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는 SF단편선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를 선보였다. 또 최근 에세이집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도 출간됐다. 국내 대표 작가들이 코로나19 시대를 주제로 써내려 간 글이다.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는 김초엽, 듀나, 배명훈, 이종산, 김이환, 정소연 등 우리나라 대표 SF작가들이 전염병을 테마로 써내려간 단편 시리즈다. 밀리의 서재는 8월말부터 오는 18일까지, 총 3주간 매주 두 작가의 소설을 공개한다. 연재가 마무리되는 20일에는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소설집으로도 묶어 낸다.

미리 공개된 김초엽의 '최후의 라이오니'는 인간 모두가 감염병으로 죽고 기계만 살아남아남은 미지의 행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곳에 남은 최후의 인간 '라이오니'를 통해 멸망과 소멸,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의 연대를 그린다. 배명훈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2113년도의 역사학자가 2020년 감염병이 발병한 근대 한국을 아카이브를 통해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만나면 악수로 인사하고 남이 마시던 술잔에 술을 받아 마시는 과거의 풍경을 보며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연구자를 통해 일상적 접촉이 소멸해버린 미래사회의 풍경을 가늠해보도록 한다.

듀나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모래와 얼음 사막만 남은 대륙 대신, 바다의 행성이라 할 수 있는 ‘고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은 바다를 떠다니는 거대한 섬이자 영생이 가능한 생명체인 고래에 기생하며 생명을 겨우 영위한다. 그러나 일명 ‘고래병’이라 불린 전염병이 발병하며 삶의 터전은 점차 줄어간다. 지구의 비유이기도 한 고래의 죽음과 “고래들에게 우린 전염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인간의 반성을 통해, 팬데믹이 인간을 향한 자연의 심판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우친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B_공장 제공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B_공장 제공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김엄지, 손보미, 임성순, 최지인 등 열세 명의 젊은 작가가 코로나19라는 낯선 대전환의 시기를 맞닥뜨린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써내려 간 사색의 기록이다. 강요된 거리두기, 중단된 일상, 감염에 대한 두려움, 바뀌어 가는 사회적 관습에 대해 성찰하며 동시에 가족, 친구, 이웃과의 소통과 관계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다.

표제작을 쓴 손보미는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쓸 수 없게 된 소설, 난생처음 비대면 수업을 해야 했던 당황스러움, 그리고 갑자기 아프게 된 고양이를 돌봐야 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어떤 비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부르면서” 그저 살아갈 뿐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외에도 공연, 여행, 요식업계에서 일하다 줄줄이 백수가 된 친구들과 자신의 일상을 적거나(최미래 ‘지난 이야기’) 코로나 블루로 인해 붐비는 정신과를 보며 “정신과도 코로나 특수 업종이었구나” 씁쓸히 냉소하기도 한다. (정무늬 ‘노란 딱지’) 그러나 “재난의 끝이 오긴 할까?”라고 절망하면서도, “아직 끝이 온 건 아니니까 해야 할 일은 더는 미루지 않을 것”(최지인 ‘사랑하는 P에게’) 이라고 다짐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통해 혼란의 시기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다시금 정비해보게 된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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