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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맞벌이, 저소득층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초등학생들을 방과후 학교에서 돌봐주는 ‘초등학생 돌봄교실’은 손은 많이 가지만 하교시간이 이른 초등학생을 둔 직장맘들의 고충을 크게 덜어준 제도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돌봄교실을 이용한 학부모 6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현재 6,100여개 학교에서 29만명의 초등학생들이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코로나19확산으로 돌봄공백이 현실화하면서 필요성은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돌봄교실 운영을 둘러싸고 구성원 간 갈등이 알게 모르게 쌓여왔다. 돌봄 전담교실 부족으로 교사들은 자신들의 업무 공간인 교실을 비워줘야 하는 경우도 생겼고 돌봄교실 수요조사, 안내문 발송 같은 업무를 떠맡게 되면서 불만이 생겼다. 반면 교내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돌봄 전담교사들은 교사와의 업무 분장 등을 놓고 감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잠복돼있던 교사와 돌봄 전담교사 사이의 갈등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교조, 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교육과 돌봄의 영역은 다르다며 돌봄 업무의 주체가 지자체로 이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돌봄 전담교사들은 돌봄 업무의 주체는 지금처럼 학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지난 5월 방과후 초등돌봄을 학교사무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교원단체들은 반발하며 입법 절차를 중단시켰다. 반면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교실을 제공하면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협력모델(1,500교실)을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돌봄 전담교사들은 지난 8일부터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교사와 돌봄 전담교사들의 감정싸움이 표면화되면서 불안한 건 학부모들이다. 교사는 수업ㆍ상담에 전념해야 하고 과도한 행정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원단체의 주장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초등학교에서 교육과 돌봄의 영역을 선 긋듯 분리할 수 있는지, 10년 이상 학교에서 안착한 돌봄교실을 왜 지자체로 떠넘기려는지 의문을 품는 학부모도 많다. 초점은 아이들이 얼마나 질 높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어른들의 핑퐁게임에 아이들이 불안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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